내가 아닌 모든 것 展

 

김대운, 김지용

 

 

 

갤러리기체

 

2025. 7. 3(목) ▶ 2025. 8. 2(토)

서울특별시 성북구 창경궁로43길 27 | T.070-4237-3414

 

 

Dan KIM 作_너와나우리 You, me, and us 2025_Glazed Ceramic_135x109.5x67.5cm

 

 

《내가 아닌 모든 것》은 표면적으로 ‘나’의 바깥을 지시하지만, 이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머리 속에선 오히려 ‘나’라는 존재를 부각해 떠올리게 하는 역설과 연관된다. 따라서 여기서 언급되는 ‘내가 아닌 것들’은 곧 ‘나의 모든 것들’을 가리킨다. 두 작가는 성소수자 친구들이나, 아버지를 모델로 삼고 있어 작업의 방향이 ‘관찰자로서’ 다른 대상을 살피고 담아내는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이 견지하는 작업방식과 태도는 3인칭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 동일시하는 것에 더 가깝다.

김대운과 김지용에게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김대운이 성수자로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주변인들을, 김지용이 존재론적 정체성을 부여해준 아버지를 모델로 선택하고 있는 점에서 그 정서적 거리는 매우 가깝다. 이 때문에 작업실 한 켠에 서거나 앉은 ’그‘는 만들기, 그리기의 대상이면서 ‘나’의 자아를 투사하는 거울이다. 이제 그의 몸은 나의 몸이고, 그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다. 또한 작품 형식이나 방법론이 각기 다름에도 이렇듯 작업과정에서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하나로 연결된 ‘나’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두 작가의 작업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김대운의 흙으로 빚어 구운 입체들은 단상 위에 단일하게 또는 여럿이 한데 덩어리로 뭉쳐진 형상들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을 위해 그는 여섯 명의 친구들을 불러 각각 작업 모델로 세웠다. 이들은 작업 안에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대상들이면서, 트랜스젠더, 드랙퀸(Drag queen), 남성 발레리나, 게이 등 각각 다른 개별성을 표출하는 신체들이다. 그는 모델로 선 인물의 표정, 몸짓,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고유의 몸짓, 선을 겹치도록 하거나 쌓아가면서 흙으로 빚고, 그에 걸 맞는 형태, 유약의 섞임이나 흘림 정도 등 의도하는 미적 감각을 구현하고자 형상 자체 또는 장식적 오브제나 버려진 도자기 등을 부분적으로 추가하면서 많게는 수차례까지 전기가마에 넣어 온도를 달리해가며 굽기를 거듭했다. 거울을 이용한 설치 형식의 신작 <너와 나 우리>는 터깅(Tucking)한 모델의 형상이 여섯 개의 동일한 포즈 입상으로 분화돼 거울 옆에 서 있는 작품이다. 형상들은 구체적인 묘사보다 대략적인 포인트, 느낌 정도만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작품 제목처럼 세 시선이 한 거울에 겹쳐 보이게 함으로써 너, 나, 우리가 한 몸임을 떠올리도록 감상자를 이끈다.

김지용은 가족사진을 소재로 삼던 때부터 직접 모델을 세워 작업하게 된 현재까지 거의 아버지 한 사람을 다뤄오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독학하듯 드로잉, 회화 작업을 이어온 그가 가장 가깝고, 잘 알고 있는 가족을 작업대상으로 삼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2020년 이목화랑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버지는 그의 작업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덧붙여 같은 대상을 반복해 그리는 동안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객관적 관찰자가 아니라, 부득이하게 그 대상과 일체화되는 것을 인식하면서 이를 거쳐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은 그의 작품에 깊이감을 부여하는 원천이다. 최근 반추상 회화, 두상 조각으로 관심을 넓히고 휴지, 우유곽 그리고 이번에 처음 쓴 흙, 사포(유화 표면을 닦아내는 데 쓰던) 등 재료를 달리해 입체 작업들을 시도하며 형식과 매체를 꾸준히 다변화하고 있다. 거친 방식과 낯선 재료들이지만 묵직함이 배어 있다. 이는 ‘보고 그리는 행위’가 겉면이나, 내면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라 양쪽을 균형 있게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것임을 몸으로 실천하며, 축적해온 시간의 힘이다. 연결된 작품으로 묶인 신작 <두상 3>, <두상 2> 는 바탕색을 칠하고, 형상의 선을 파낸 후 다시 물감을 채워 긁고, 닦아낸 반추상의 회화 작업과 흙으로 두상의 윤곽을 빚고 손, 나이프로 파내 세부 형태를 잡아 촛농, 안료로 마감한 조각이다.

김대운, 김지용은 그 방법론은 서로 다르지만,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드러낸다. ‘형상’을 중심으로 도자, 회화라는 전형적인 형식을 작업의 주무대로 삼되, 그 틀에 과도하게 갇히지 않는다. 작가들의 그런 접근은 뻔한 형식, 서사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더 나답게 드러내고, 담아낼 수 있는 형식언어를 찾으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그 투박하고, 솔직한 생각, 몸짓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경쾌한 리듬을 타는듯 유연하다.

 

 

Dan KIM 作_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Protect me with love that won't change 2025_

Glazed Ceramic_93x31x31cm

 

 

Jiyong KIM 作_두상3 head3 2025_Oil on canvas_91.4x72cm

 

 

Jiyong KIM 作_두상 head 2025_Clay, paraffin, meok (ink stick)_20.5x18.7x1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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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703-내가 아닌 모든 것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