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14회 개인展

 

구상 : 자연의 소리 - 추상 : 유년의 멜로디

 

재개발_130.3x162.2cm_oil on canvas

 

 

 

2025. 4. 25(금) ▶ 2025. 5. 25(일)

경기도 용인시 이동읍 이원로 244 | T.031-323-1968

 

https://www.angeliartmuseum.net

 

 

닻_72.7x60.6cm_oil on canvas

 

 

권숙자 안젤리 미술관에서는 2025년 4월 25일 부터 1개월 동안 숙명 작가의 개인전을 시작합니다.

“구상: 자연의 소리와 추상: 유년의 멜로디”의 작품으로 만남을 갖고자 합니다.

작가는 숙 명이라는 예명처럼 그림 그리는 것을 숙명처럼 여기며 예술혼을 태우며 작업에 몰두하는 화가입니다.

몇 년 전에도 안젤리미술관 2관에서 대작으로 개인전을 하였습니다.

그가 그려낸 구상 세상과 비구상 세상이 어우러지는 이 전시에서 여러분의 유년시절을 추억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순수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갈대_45.7x39.9cm_oil on canvas

 

 

유년의 멜로디

The Melody of childhood

 

바다가 멀지 않은 농촌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자연과 어울려 보냈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그 시절의 풍경들이 아련한 삽화처럼 떠오른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던 강아지 메리, 커다란 눈에 내 얼굴이 거울처럼 비쳐 있던 외양간의 누런 소, 늘 꿀꿀대며 밥 타령하던 돼지, 숨바꼭질하듯 뒤란 구석구석을 뒤지며 알 찾는 재미를 선사해준 닭과 오리들…. 우리 집은 작은 동물 농장이었다.

 

 

풍뎅이(1)_130.3x162.2cm_oil on canvas

 

 

바람이 4분의 3박자로 불면 미루나무 잎사귀들은 손바닥과 손등을 햇빛에 번갈아 반짝이며 재롱 잔치를 펼치곤 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오선지를 그린 전깃줄 위에는 제비들이 팔분음표‧십육분음표처럼 앉아 있었다. 대추‧배‧앵두‧감나무들은 꽃과 향기 그리고 열매로 나의 오감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밤새 눈 내린 아침이면 먼 길을 걸어온 손님인 듯 크고 작은 장독들이 머리에 눈을 이고 펌프가 있는 우물가 장독대에 서 있었다.

 

동이 틀 무렵 아버지를 따라 들녘에 나가 보면 아침 안개 속에서 목이 긴 황새가 내 발 소리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쳐들었다. 하늘과 논이 금을 그은 청록색 지평선 위로 희고 가느다란 목을 길게 내뺀 황새는 그 시절 내 스케치북의 전속 모델이었다.

 

 

비오는 날의 합창(1)_162.2x130.0cm_oil on canvas

 

 

그 추억의 풍경들은 지워지지 않는 멜로디로 남아 아직도 내 혈관을 타고 흐른다.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처럼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내 기억의 성채 위에서 나부낀다.

내 동심은 동경과 동요(動搖)로 물들었다. 내 작품의 상당 부분을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빚지고 있다. 낙서 수준이었지만 그 시절의 어설픈 습작에 발판을 딛고 있다.

 

뒤돌아보면 내 기억의 8할은 이미지였다. 또 그중 8할은 색채였다. 좀 더 멀리 파장이 전달되기를 바랐던 걸까. 생동감과 역동성을 살리려 한 내 마음이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표현 기법상으로는 ‘색면 추상’ 작품이다.

 

 

비오는날의 합창(2)_90.0x116.6cm_oil on canvas

 

 

빛과 그림자, 곡선과 직선, 기쁨과 슬픔, 설렘과 떨림…, 유년기 역시 그런 기억과 감정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지만 그 모든 걸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나는 그 그리움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렸다. 그리움의 원천과 모태를 찾아 캔버스 속으로 추억 여행을 떠났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모습이 바뀌었지만 내 마음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원초적 정서가 그것들을 호명하고 호출했다. 지금 여기 내게로 데려왔다. 그리하여 나는 그렸다.

 

어쩌면 작고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작은 것들은 작지 않았다. 사소한 것들은 언제부터인가 사소하지 않았고, 하찮은 것들은 결코 하찮지 않았다. 그것들은 어느새 내 안에서 의미심장한 무엇으로 자라나 있었다. 발효‧숙성‧진화되어 있었다. 허물벗기를 몇 번이나 거듭해가며 다른 어떤 무엇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시간이 그것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수산리(시리즈 4개)_72.2x90.0cm_oil on canvas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란 말이 있다. 베이징 하늘에서 파닥인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 이론이다. 내 안에 허리케인을 일으킨 유년의 기억이 누군가에게 나비의 작은 날갯짓으로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작가로서 더 이상 바람이 없겠다.

 

내 분신들을 개인전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보낸다. 이 작품들의 외출에 운동화를 신겨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유년의 멜로디(1)_130.3x162.2cm_oil on canvas

 

 

 

 

 
 

숙명 | Sook Myoung

 

홍익 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 14회

 

아트페어 | 5회

 

단체전 | 100회 이상

 

공모전 다수 2001~2022년

 

기사 | 월간 조선(사람들-2019. 20. 22) 3회 | 뉴스 메이커 선정 (2019. 한국을 이끄는 혁신 리더 문화 예술 최우수)

 

현재 | 이형회,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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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50425-숙명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