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람 展

 

Trailer

 

Black Freeze #1_painted steel, black mirror_27x15x10.3cm_2021

 

 

갤러리퍼플

 

2025. 4. 11(금) ▶ 2025. 5. 24(토)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수레로 457-1 | T.031-521-7425

 

http://www.gallerypurple.co.kr

 

 

Flat Matter3_LED, acrylic mirror, painted steel, dimension variable_2017

 

 

갤러리퍼플은 오는 4월 11일(금)부터 5월 24일(토)까지 권아람 개인전 <Trailer>을 개최한다.

《Trailer(트레일러)》는 무언가를 담아 어딘가로 이동하는 대상, 즉 이동성을 내포하거나 장면을 연결하여 움직이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4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이전 작업과 현재의 작업을 아우르며, 그간의 작품 세계와 앞으로의 변화를 함께 조망할 기회를 마련하였다.

권아람은 디지털 세계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며, 미디어 설치 작업을 기반으로 미디어 생태 방식에 대한 고찰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해 왔다. 초기 작품에서는 신체와 언어에 대한 심층적 사유와 구조를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했으며, 이후 연작을 통해 미디어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탐구하였다. 특히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기점이 된 <월스(Walls)>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크린이 더 이상 이미지의 운반 매체가 아닌, 욕망이 순환되는 매개체로 기능함을 미디어 설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대표작 시리즈는 디지털 스크린이 현실을 평면적인 이미지로 변형시키며, 수용자가 자기의 언어와 사고 습관을 통해 이를 소비하고 발화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육체는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만, 사고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세계 속에 놓인 괴리감을 형성한다. 작가는 미디어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형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스크린과 거울을 선택했으며, 이를 결합한 작품은 디지털 화면 너머로 확장된 허구적 공간과 허상의 이미지를 교차시켜 상품처럼 매끄럽게 포장된 욕망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화면에 나타나는 색상은 ‘죽음의 블루스크린(Blue screen of death)’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가는 개발자가 컬러 피커로 선택한 우연적 색이 디지털 오류를 대표하는 색상으로 지정된 점에서 미술이 개념의 시대로 변화한 일례와 유사한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가 누군가의 욕망이나 왜곡된 정보를 내포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만들며, 결국 미디어의 정치적 속성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Freeze Frame 02_Pigment print, mirror_91x71cm_2023

 

 

권아람은 주변을 이루는 대상에 대한 개인적 사유와 더불어 그 대상의 물질적 형식에도 주목한다. 특히 시리즈는 영상 화면을 정지시키는 기술적 특성에 착안해 화면을 조각적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유영하는 이미지를 물질화된 사물로 변환시킨다. 영상의 1/30초 단위를 지칭하는 ‘프레임(frame)’은 단면의 이미지와 거울을 통해 물성을 얻으며 다른 매체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이는 영상 매체를 정지한 조각 혹은 물화된 ‘틀(frame)’로 탈바꿈하는 행위로써, 작가만의 방식으로 ‘프리즈 프레임’ 기법을 새롭게 해석한다.

이중벽 은 ‘서브리미널(subliminal) 효과’로 가득 찬 기계적 벽처럼 작동하는 스크린을 통해 정보와 상품, 기술과 자본이 밀접하게 결합된 기술 자본주의 속에서 디지털 플랫폼과 채널을 반복적으로 넘나드는 현대인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비춘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정보에 몰입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며, 미디어와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소비하는 디지털 미디어와 자아의 경계를 성찰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 《Trailer(트레일러)》에서는 미디어가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변형시키고, 그 속에서 인간 존재와 사회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재조명한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과 미디어가 형성하는 내적·외적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Flat Matter2_LED, acrylic mirror, painted steel, dimension variable_2017

 

 

Black Freeze #3_painted steel, black mirror_27x15x7cm_2021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50411-권아람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