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진 · 최희원 展

 

SPIDER SILK

 

 

 

레이프로젝트서울

 

2024. 11. 26(화) ▶ 2024. 12. 7(토)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30, 405호

 

www.instagram.com/rayprojects_seoul

 

 

최희원 作_탑 외부, 2024_나무판넬에 종이, 목탄.연필,오일 파스텔, 파스텔, 페인트 마카, 잉크, 흙_71x65cm

 

 

무언가를 기억하고 다시 꺼내어보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의식적은 저장과 되새김이 아니라, 체화된 감각이 또 다른 매개를 통해 발현되는 것, 차곡차곡 무언가를 축적하기보다 차라리 삼켜 흡수하는 것에 가깝다. 객관적 판단이 선행된 수집이 아닌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취향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행위다. 어딘가에 시선과 손이 머물고, 그것이 나중에 전혀 다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우연한 인과성을 떠올린다.

인위적이지 않은 판단을 통해 외부의 대상을 기억하고 소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과정과 닮았다. 거미는 먹이를 천천히 흡수하며 단백질을 합성하고 자신의 몸을 통해 거미줄(Spider Silk)을 만들어낸다. 거미줄은 무언가를 붙잡기 위한 덫이자 촉각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희미한 지대, 분해한 먹이를 직조해 만든 결과물이다. 이는 기억을 붙잡기 위한 도구로, 누군가 직접 더듬어 이동할 수 있는 표면으로, 크고 작은 요철을 가진 몸체로 비유된다.

작가 박은진, 최희원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파편을 모아 스스로의 거미줄을 만든다. 둘은 언뜻 흡사하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주변의 물성과 표면을 체득한다. 수집된 각자의 기억과 감각은 천천히 몸 안으로 가라앉았다가, 작업의 과정에서 전혀 다른 물성을 통해 발현된다.

 

전시 서문중에서 박은진

 

 

박은진 作_Untitled, 2022_Acrylic, gel medium, oil pastel, pencil on panel_75x40cm

 

 

박은진(@enjinpark)은 시각을 통해 촉각적 정보를 저장한다.주변 사물과 공간은 이미지로 맺히고, 이는 신체로 경험한 순간들과 맞닿을때 화면으로 소환된다. 지나치기 쉬운 가벼운 감각이나 옅은 변화의 순간을 감지하고 이를 또 다른 표면으로 만들어낸다.

반면 최희원(@hioce_work)은 직접적인 촉각 정보의 수집을 더 선호한다. 손끝에 닿은 표면의 정보들은 작가의 내부에 잔뜩 모아져있지만, 잘 정돈되어 있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것을 그러모은 것 같은 모양새다. 뒤섞인 감각들은 어느샌가 작업의 형태로 변모한다.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지만,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위의 파편을 수집하고 체화한 뒤 그것을 자신만의 그물로 직조한다. 거미줄이 그렇듯, 이는 축적된 감각의 흔적이자 또 다른 감각을 연쇄적으로 불러오는 단초가 된다. 동시에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주변과 자신을 잇는 감각적 지형이 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이 그물을 통해 기억과 경험을 다른 형태로 변주하며 그 안에 스며든 흔적을 드러낸다.

 

전시서문중에서 박은진

 

 

박은진 作_Move, 2023_Acrylic, gel medium, sand, oil pastel on metal panel_73x115.5cm

 

 

최희원 作_꾸민 삼발이, 2024_wood, modeling paste, gypsum, paper Box, charcoal, marker, wire_65x24x25cm

무제 세트,2024_gypsum, paper box_variable 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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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1126-박은진 · 최희원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