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展
기도의 땅
서학동사진미술관
2024. 10. 29(화) ▶ 2024. 11. 10(일)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https://blog.naver.com/seohakdong16-17
전주에 하느님의 성전 <권상연 성당>이 세워졌다.
그곳은 그저 평범한 대지였을 것이다. 김주희가 한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땅위에 성당이 세워지고 김주희가 하느님을 믿는 신자가 된 것이 세상사에 그리 큰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성당이 세워진다는 것은 하느님을 믿는 신자가 늘어난다는 뜻이며, 한 인간의 진정한 믿음으로 하여금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빛이 될 수도 있다.
김주희는 성당이 들어설 수도 없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아니 성당 초기 모임의 장소라는 의미가 더 큰 ‘공소’를 첫 작업으로 하고 두 번째는 성당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어서 이번 작업은 평범한 곳에 하느님을 숭배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이 주체가 되는 장소가 된 성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548일의 기록’이라고 작가가 말했듯이 각목과 각목이 이어지고 쇠 파이프가 상하좌우로 연결되는 매우 단조로운 빌드업(build-up) 과정에서 작가는 신심이 깊어졌다고 한다.
많은 무신론자의 마음속에도 자신이 모르는 어떤 신이 존재하는가 하면 반대로 유신론자 가운데서도 신의 존재에 대해서 회의를 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는 작가의 사진을 통해서 신의 존재를 믿기는 힘들다. 작가는 자기 작업을 통해서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고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주희는 전도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사진가로서 이 작업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하게 표현되었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어스름한 벽에 기댄 판자 더미 위로 들어오는 희망의 빛과 연속적인 파이프와 파이프의 연결에서 수많은 십자가가 연상된다. 예수님 곁에서 솟아오르는 나무의 새순에서도, 하트모양의 주차장 선에서도, 물결치듯 아카시아꽃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에서도, 하느님의 숨결을 느낀다. 자신을 유신론자로 규정짓는다는 것은 신과의 약속을 의미한다. 그 약속이 따뜻한 행위가 될 때 무신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하느님의 믿음을 강조하는 작가의 순수한 고백에서 종교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순수한 열정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기도라고 생각한다. 김주희의 그 기도가 곧 사진이기 때문이다.
서학동사진미술관장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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