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展

 

물 속의 그림자

A Shadow In The Water

 

 

 

Gallery Doll

 

2024. 9. 27(금) ▶ 2024. 10. 13(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작품은 물을 관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이 갖는 투영적인 속성에서 무언가를 비추어 보는 행위는 작가에게는 치유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삶과 현실에서 느끼는 완전한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물이라는 장치를 통해 무의식에 비친 형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데칼코마니로 표현된 작품은 마치 실재와 이상이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작가가 바라는 이상, 마음을 투영하는 물 위의 이데아가 되어 전해진다.

작품에서 물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모습은 개인의 세계와 이상 세계를 끊임없이 반영하는 일종의 매개체가 된다. 진공 상태의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조각의 기법의 하나인 부조 형식에서 착안하여, 형상을 이루는 면과 배경의 면이 이중구조를 가지는 추상 기법을 보여준다. 색이 층층이 쌓여 회화로서 나타나는 부조 형식은 작품의 추상적인 깊이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러한 면들은 아득한 형태로서 시각적인 잔상으로 남는다.

아름다운 소년이었던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수선화가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처럼, 작가의 작품에 비치는 물은 환각의 숲으로서 그려진다. 대칭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이를 채우기 위한 허기는 마치 현대인이 끊임없이 좇고, 추구하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똑같이 대상화하고 싶어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이데아는 화면에 비추는 물 위를 유영한다.

회화는 수평선 너머로 의도적으로 반사되는 배경과 형상의 형태에서 삶의 모호함과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투영 관계를 찾고자 한다. 물 표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색이 무색하리만큼 고요한 형태로 화면 안에 흐른다. 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복잡한 마음이 사라지게 되는, 소위 말하는 ‘물멍’을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작품 속 물 위를 비추는 잔잔한 마음의 빛살을 만끽하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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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927-김현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