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벽원미술관 기획초대전

 

동음과 이음 展

 

이종상 · 강규성 · 강미선 · 구모경 · 김건일 · 김근중 · 김덕용 · 김선두

김성희 · 김종규 · 김진관 · 김진아 · 김천일 · 김태연 · 김화현 · 문인상

민재영 · 박그림 · 박상미 · 박성태 · 박주영 · 백지혜 · 서용 · 서은애

석철주 · 손문일 · 손연칠 · 송윤주 · 신주호 · 신하순 · 오숙환 · 유한이

이구용 · 이민주 · 이승철 · 이은숙 · 이은영 · 이인 · 이정연 · 이종목

이종민 · 이종헌 · 이주원 · 이철규 · 전도예 · 정용국 · 정종미 · 정해나

조민지 · 조해리 · 조환 · 진민욱 · 최혜인 · 허진 · 홍순주 · ㅁㅁㅁ

 

 

 

 

2024. 5. 18(토) ▶ 2024. 5. 24(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3 | T.02-732-3777

 

www.iwoljeon.org

 

 

이종상 作_원형상94129_58.0x58.0cm_동유화_1999

 

 

다르지만 같은 소리: 일랑 그리고 동음과 이음

 

동음同音과 이음異音. 작업을 통해 같은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각자 다른 색깔을 내는 한국화 작가들의 모듬이다. 원로 한국화가 작가 일랑一浪 이종상李鐘祥이 바로 동음과 이음의 중심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일랑은 20세기 후반 이래 한국화의 주축이었다. 과거 수묵 채색화의 전통을 발판 삼아 여기에 시대성과 작가의 조형성을 더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일랑이 추구해온 바였다. 과거의 미술을 아무런 가감없이 답습하는 고루함과 편협함 그리고 서구의 미술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박함과 비주체성이 만연해있었던 20세기 후반의 분위기 속에서 일랑은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고 추구했던 주요한 작가이자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김성희 作_별 난 이야기 1910 - Constellation Links 1910_50.0x47.0cm_종이에 먹과 채색_2019

 

 

일랑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62년 작 <작업>, 1963년 작 <장비>와 같은 수묵채색 인물화를 통해서였다. 불균일한 먹의 선과 변화감이 큰 먹, 채색의 번짐 등 과거의 회화의 조형성을 토대로 하면서도 인물 표현과 구도에 있어서는 사실성을 유지했다. 여기에 강한 역동미를 추구하는 작가의 조형감각이 더해졌다. 당시의 수많은 수묵인물화 가운데에 유난히 두드러지는 성과였다. 우아하고 조화롭기보다는 힘차고 강한 그러면서도 절제된 미감으로 마무리된 시대를 앞서가는 그림이었다. 이처럼 일랑은 초기작에서부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 이를 자기화해가는 작품을 제작했는데, 사실 이러한 방향성은 스승인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사제동행의 결과이기도 했다.

 

 

김진관 作_線(선)_66.0x66.0cm_장지에 목탄_2022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월전은 과거 동아시아 회화에 있어서 이미 그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문인화文人畵의 전통을 근간으로 여기에 사실성과 추상성 그리고 도회적都會的 감수성을 더한 작품세계를 일구었다. 월전은 이를 본인의 창작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 재직 당시 교육에 있어서도 중요한 방법으로 삼은 바 있다. 자연스럽게 그 제자들의 경우도 전통을 토대로 거기에 당대성을 더하는 것을 창작의 출발이자 기본으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월전과 일랑의 작품이 다르면서도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박성태 作_설천잔상_40.0x40.0cm_동유화_2024

 

 

일랑은 월전으로부터 이어지는 이러한 목표를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 했다. 정치한 필법과 채색법을 토대로 한 <원효대사 영정>과 같은 초상화 그리고 먹과 채색의 비균질적인 번짐을 살려 그린 <묵희-쇄쇄 진효>와 같은 산수화는 그의 전통에 대한 천착과 모색 그리고 재해석을 잘 보여준다. 전통 회화의 형식과 표현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미술 뿐 아니라 서구의 시각문화가 이미 깊숙이 우리 삶에 들어와 모든 인지와 감각이 달라진 상황과 이러한 시대의 미감과 호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일랑은 원형상源形象 시리즈를 통해 이러한 본인의 추구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백두산을 암시하는 주제, 고구려 고분 벽화로부터 비롯된 동유화 기법, 고지도를 연상시키는 산을 비롯한 경물의 단순하고 요점적인 표현, 서예의 필획을 연상시키는 활달한 선, 전통 색상인 오방색五方色의 적용 그러한 가운데에 발휘된 추상적인 조형성과 감각은 일랑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등의 대립적일 수 있는 경계를 넘어선 ‘통 큰’ 작품세계를 일구었음을 알려준다. 20세기 후반 이래 한국 미술 그리고 한국화에서 추구했던 방향성의 매우 이상적인 예였던 것이다.

 

 

석철주 作_자연의 기억 21-55_72.5x91cm_캔버스+아크릴릭+젤_2021

 

 

이러한 일랑의 작품세계와 방향성은 그의 후배와 제자를 비롯한 후학들을 통해 한국 현대 미술에 있어서 지속적이고도 유의미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고분벽화, 산수화와 풍속화, 불교회화, 문인화, 초상화 등 과거의 다양한 전통 회화의 조형성으로부터 출발하되 여기에 각 작가가 자신의 구상과 경험을 더하고 시대의 색을 입힌 작품을 만들고 있다. 모두가 다른 매력의 작품이지만 그 방향성과 목표는 바로 일랑으로부터 비롯된 바가 컸던 것이다. 이음, 즉 다른 소리이지만 사실은 동음, 즉 같은 소리인 셈이다. 동음과 이음이 한국화 그리고 우리 미술에 있어서 크게 공명共鳴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장준구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인 作_색색, 어떤 것-얼굴3_91.0x72.5cm_캔버스에 먹, 혼합재료_2021

 

 

이종목 作_Holy Parados-即非_91.0x117.0cm_캔버스위에 아크리릭_2021

 

 

이종민 作_시루-Yellow1_20x20x20cm_흙벽지 위에 석채·토분_2023

 

 

정종미 作_어부사시사_66.0x94.0cm_닥종이, 안료, 염료, 콩즙_2018

 

 

홍순주 作_결_80.0x80.0cm_한지, 먹, 호분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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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518-동음과 이음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