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향기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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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 14(화) ▶ 2024. 5. 21(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68 동덕빌딩 B1 | T.02-732-6408

후원 | 종로구청,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불교신문, 불광미디어

 

www.gallerydongduk.com

 

 

김근중 作_Natural Being (新夢遊挑源圖)24-11_50.2x100.3cm_Pigment, Mixed Media on canvas_2024

 

 

붓다의 향기, 그 순례의 여정

 

어쩌면 모든 것은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 시작의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마지막의 이유를 헤아리지 못했을 따름이다. 그것은 종종 우연을 가장하여 자연스럽게 나타났다가 결국 필연으로 수렴되며 한 인간의 삶을 구성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것들은 인과(因果)의 흔적으로 기록되게 된다.

원인은 아득한 곳에서 비롯되었을 뿐 아니라 매우 은밀하게 시작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은 수많은 복선으로 점철된 다양한 곡절들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원인과 결과의 과정이 인간들에게는 늘 불안하고 불안정한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인간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 그것을 가늠해 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그 자신이 그 곡절의 소용돌이에 들어 허덕이는 지경에서 감히 그 시작과 끝, 우연과 필연의 심중한 이유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

 

 

김선두 作_낮별-곤줄박이_94.0x65.0cm_장지에 분채_2022

 

 

아주 오래전 미망의 혼돈에서 번뜩 깨달음의 빛을 전해주신 이가 있으셨다. 현란한 현상에서 벗어나 변치 않는 본질을 보고, 시작과 끝의 과정 한없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장엄한 서사의 이유를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 마주할 때 더없이 공손하고 존중하라 하셨다. 지식의 얕은 물에서 지혜의 깊이를 찾지 말라 하셨다. 달변의 수다로 지식을 전파하지 말고 침묵의 눌변으로 깨달음의 소중함을 지키라 하셨다. 보이는 것은 변하게 마련이고, 살아있는 것은 죽게 마련이니 모든 것은 커다란 질서 속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과정임을 깨닫게 하였다. 안다는 것은 결국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사는 것 역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불과하며, 오늘의 붉은 꽃이 내일에도 붉을 수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통해 흔들리고 미혹되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다잡아 주셨다. 현상에 눈이 어두워져 본질을 찾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마음의 본성을 일깨워 주셨다. 위대한 깨우친 이가 탄생한 것이다.

 

 

김성복 作_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_9.0x13.0x20.0cm_브론즈에 아크릴 채색_2023

 

 

사실 종교, 혹은 종교화는 매우 민감한 분야이다. 일정한 형식과 내용을 동시에 담보하여야 할 뿐 아니라 그 요체를 담아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형식이 지나치면 내용은 부실해지고, 내용을 강조하다 보면 형식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모양을 세우지 말고 뜻을 세우며, 꾸며 장식하지 말고 가장 근본적인 것을 통해 내용을 전하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붓다의 향기’ 전은 그 출발의 접점이 흥미롭다. 부처님의 말씀, 혹은 깨달음에 귀 기울이지만 그것을 굳이 감동 없는 형식을 통해 강변하거나, 스스로 말씀의 감옥에 갇혀 허망한 소음을 남발하지 않고 ‘향기’라는 아름다운 말로 그 지향을 드러내고 있다.

 

 

김천일 作_공양보살供養菩薩_120.0x90.0cm_한지, 채색_2023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처의 향기를 쫓아가는 이들의 작품들은 종교적이라는 것과 조형이라는 것의 민감한 경계에서 일반 회화에서와는 다른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특정한 주제를 지닌 기획 전시의 취지와 목적, 그리고 실질의 충실한 반응이자 반영이라 할 것이다. 향기라는 추상적인 말로 표현하지만, 이들은 성긴 몽당붓으로 자신의 마음을 쓸어 정갈함을 갖추고, 무딘 칼과 정으로 둔탁해져 무감각해진 마음의 날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세파에 시달리며 어느새 흐려진 마음의 거울을 닦아 보고자 하는 것이다. 본디 시각예술은 눈에 작용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이들은 그것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는 깨달음의 북을 울려 잊고 있었던 지혜의 향기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박상희 作_무제_20.0 x 20.0x57.0cm_철, 금 등 Mixed media_2024

 

 

물질 만능의 세태에서, 그리고 내일을 가늠하기 어려운 격변의 현실 속에서 새삼 깨달음의 등불을 전해준 붓다를 기억하고, 그 뜻을 드러냄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이기주의의 엄혹함과 치기와 망언의 요설에 지혜의 귀함마저 흐려진 현실에서 이들의 수고는 반가운 것이다. 어쩌면 이는 불교, 혹은 불교적인 내용의 전시라는 한계를 벗어나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걸맞은 유력하고 효과적인 처방이 내재한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성과 열의를 통해 다시 한번 붓다의 깨우침과 그 의미를 상기해 본다. 더불어 그 향기를 찾는 순례의 여정에 동참해 본다.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서용 作_천상언어 201103_50.0x60.0cm_황토, 마, 석채, 목각_2020

 

 

이수예 作_만남_16.0x16.0cm_흙바탕에 채색_2023

 

 

이인 作_색색, 어떤 것-얼굴1_99.0x70.0cm_종이위에 아크릴물감_2018

 

 

임효 作_祈 願 기원_80.0x50.0cm_한지+금분+옻칠_2024

 

 

정경연 作_어울림 OULLIM 2021-09_90.9x72.7cm_면사. 염색. 혼합기법(Mixed media on canvas)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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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514-붓다의 향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