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展

 

Homeward Soar

 

Homeward Soar - Vessel 6 2024_Terra cotta, terra sigillata, underglaze_36x40x78(h)cm

 

 

Gana Art Center

 

2024. 4. 17(수) ▶ 2024. 5. 12(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 91, 고메이 494 한남 103호 | T.02-795-5006

 

https://www.ganaart.com

 

 

Homeward Soar - Vessel 1 2024_Terra cotta, terra sigillata, underglaze_30.5x36.5x36(h)cm

 

 

가나아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김명진(Myungjin Kim, b. 1975-)의 개인전 《Homeward Soar》를 개최한다. 김명진은 2002년 서울대학교 도자공예과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여 흙을 재료로 하는 조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한국, 미국, 멕시코 등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차용한 요소들을 하나의 작품 안에 접목하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시도를 인정받아 호슬러 버로우(Hostler Burrows, 캘리포니아), 아고 프로젝트(AGO Projects, 마드리드), 르페브르 에 피스(Galerie Lefevre et Fils, 파리)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또한 레스닉 컬렉션(Resnick Collection, 캘리포니아), 콜럼버스 미술관의 피주티 컬렉션(Pizzuti Collection, Columbus Museum of Art, 오하이오), 조던 슈니처 미술관(Jordan Schnitzer Museum of Art, 오레곤), 미국 도예 박물관(American Museum of Ceramic Art, 캘리포니아), 롱비치 미술관(Long Beach Museum of Art, 캘리포니아) 등 유수한 기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Homeward Soar”, 고향으로 향하는 날갯짓이라 명명한 본 전시명처럼, 20여 년 만에 고국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이 다채로운 재료와 영감을 작품으로 승화한 그의 예술적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명진은 도자기가 뽐내는 차가운 백색과, 고운 조직의 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디테일의 매력에 반해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0년간 도예 작업에 몰두한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며 커다란 나무와 웅장한 산세와 같은 새로운 자연 환경에 영감을 얻어 그것을 작업에 적용시키고자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큰 스케일과 역동적 구조를 가진 조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의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년 멕시코 시티 미술관을 방문하여 보게 된 동물 모양의 테라코타 기물들은 그의 예술세계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유럽의 도자에는 테라 시질라타(Terra Sigillata) 칠하고 문질러 광을 내어 유약을 바른 것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멕시코의 도자는 낮은 온도로 소성되고 흙 본연의 색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테라코타 기법이 사용되어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한다. 굽는 과정에서 절반가량 크기가 줄어드는 자기 점토의 매체적 특성을 보완할 재료를 찾고 있던 김명진에게 멕시코 도자와의 만남은 새로운 작업의 길을 열어주었다. 테라코타는 작가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건조한 기후에 알맞게 단시간에 성형이 가능하고 표면 질감이 부드럽게 보이는 특성과, 작품의 크기가 커도 외부 자극에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작가는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테라코타 전용 흙으로 작품의 형태를 조각한 후, 테라 시질라타를 바르고 흰색 세라믹 물감으로 표면에 섬세한 디테일을 더해 작품을 완성해낸다. 그 결과 그가 바라던 대로 스케일이 크면서도 견고한 입체 작품들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Homeward Soar - Vessel 5 2024_Terra cotta, terra sigillata, underglaze_47.5x48.5x59.7(h)cm

 

 

이처럼 다양한 문화권에서 파생된 작업 기법이 어우러진 김명진 작품의 개념적 뿌리는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그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며 습득한 불교, 유교, 샤머니즘 등 다층적인 문화적 배경을 작품에 녹여낸다. 서양권에서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문화가 있듯이, 동양에서는 그와 같은 진경(進慶)의 의미 외에도 나쁜 기운을 물리쳐야 한다는 벽사(辟邪) 문화가 의례, 부적, 민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도 이러한 번영과 장수,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주술적 개념을 담아낸다. 김명진의 작품에서는 19세기 한국 민화의 한 종류인 화조도(花鳥圖)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길상적 의미와 주술적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화조도에는 평생 짝을 이루는 새 한 쌍과 함께 만개한 꽃과 식물들이 한 화면에 그려지곤 했다. 이와 유사하게 그는 동양에서는 부와 행운의 상징이자 서양에서는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와 강한 생명력을 지닌 소철을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그에게 있어 부엉이는 섬세하고 약한 새들과 다른 강인한 맹금류로, 밤에 잠들지 않아 영적인 느낌을 주는 존재이다. 소철은 중생대 쥬라기 시대부터 살아남아 인류보다도 오랜 시간동안 지구에 살아온 식물이자, 집을 보호하는 부적처럼 작가의 정원을 지키고 있는 수호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철목의 줄기가 마치 갑각류처럼 두껍고 그 잎이 날카로운 덕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 지금까지 살아남은 식물 종일거라 추측한다. 그는 이러한 상징적인 소재들을 통해 화조도의 개념적 부분을 21세기와 그가 살고 있는 배경에 맞도록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그만의 현대판 부적(Talisman)을 탄생시킨 것이다.

동서양의 유구한 역사 안에서 발명된 여러 기법과 더불어 다문화적 환경에서 얻은 영감을 가시화한 김명진의 작품에는 동(東)과 서(西)의 조화와 만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따스한 염원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연과의 조화, 마음의 안정, 그리고 동서양의 재료적 특성의 화합, 이 모든 것을 작품을 통해 구현해내고 있다. 강인하고 생명력 넘치는 김명진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가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보호하는 휴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Homeward Soar - Sculpture 7 2024_Terra cotta, terra sigillata, underglaze_24.5x30x50.8(h)cm

 

 

Hortus Talisman #24 2022_Wood panel, acrylic paint, polyurethane_238.7x116.8x4.4cm(each, 3p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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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417-김명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