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현 展

 

담장 안의 언어들

 

고요한 저녁(서초구 내곡동 주택)_90.9x60.6cm_광목에 흑연과 채색_2022

 

 

갤러리 일호

 

2024. 3. 27(수) ▶ 2024. 4. 2(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27-2 (삼청동) | T.02-6014-6677

 

http://www.galleryilho.com

 

 

그곳에 가면(고양시 일산 아파트)_90.9x60.6cm_한지에 흑연과 채색_2022

 

 

바야흐로 역병의 시대, 세상의 모든 이들이 역병이라는 담 안에서 위리안치(圍籬安置)를 경험하며 몇 년이 흘렸다. 인간관계의 시작이 집 앞에 놓이는 택배와 배달음식으로 끝나는 경험은 모든 단어 앞에 '집' 을 붙여 재택근무와 홈 스쿨링, 홈 카페 등등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시대가 도래했다. 혼자 지내는 이들은 더더욱 다른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지내는 것이 어색해졌고 가족을 볼 시간 없이 외부활동을 이어가던 현대인들은 갑작스러운 가족과의 강제대면 생활을 시작했다. 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기 시작한 사람들은 옷과 신발로 표현하던 자신의 개성을 실내건축과 인테리어를 통해 표출하였고 그 어느 때보다 인테리어 시장은 이례적인 호황이었다.

나에게 안식을 주는 우리들의 요람은 세상과 나를 분리시키는 담벼락이 되어 개인화된 현대인에게 고립과 연대해체의 최소 단위로 변해버린 것이다. 과연 이러한 현상 속에서 우리에게 '집'은 단순히 주거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은 단순한 주거의 공간을 넘어 자아를 표현하기에 가장 '관계 함축적'인 공간이다. 인간의 첫번째 연대인 1차 가족,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사건 등을 지내며 사랑과 충만함, 결핍과 외로움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성장하고 고취되는 감정적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공간 안에서 켜켜이 쌓아 올린 '나'는 뿌리 내리지 못한 \'우리\'의 모습이고 나아가 개인화된 현대인의 초상으로 확장한다.

작품은 인터뷰를 통해 타인의 집을 감정적 공간으로 해석한 '집 구경' 시리즈, 오려서 조립하면 나만의 작은 집을 만들 수 있는 종이접기 도면의 형태를 가진 내 집 마련 프로젝트, SNS로 안식처를 피신한 이들의 \'놀러오세요, 우리집에\' 시리즈로 구성된다.

 

 

낙조와 모과나무(안산시 선감동 주택)_91x91cm_한지에 흑연과 채색_2022

 

 

남은 것에 대하여(서울 만리동 주택)_162x97cm_한지에 흑연과 채색_2022

 

 

내 집 마련 프로젝트(문방구)_린넨에 동양채색_60.6x60.6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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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327-김래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