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귤이 展

 

Synchronized Swimming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로이갤러리 압구정 A1, A7

 

2024. 1. 6(토) ▶ 2024. 1. 27(토)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42길 24-6 1층, 7층

 

www.instagram.com/roygalleryseoul

 

 

 

 

기호는 내게 우연과 우연이 결합해서 나온 또 다른 모양이다. 그런 이상한 모양들은 길을 걷다가 만난 벽, 바닥, 땅, 부스러기 혹은 더 작은 먼지들 틈에서도 마주치게 된다. 나는 그 속에서도 적절한 대비감을 찾는데, 이를테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싼 빨간색 쓰레기 망이 만나는 나뭇잎, 껌 같이 부자연스러운 조화지만 늘 보는 그런 자연스런 풍경이 그렇다. 그 안에서 색과 형태는 충돌하고, 다시 조화를 꾀하는 것 같아 다이나믹해 보인다. 그런 것들을 관찰하고 있다보면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아주 간결히 순화되는 기분이다.

적정선을 지키기 위해 폭발과 응축을 반복하는 에너지의 율동감을 한 화면에 전개해나간다. 뜨겁게 퍼지던 에너지는 침잠하며 균형을 찾아가게 된다. 형태의 구성은 처음부터 계획되지 않고, 폭발하듯 그려졌다가 점점 정리되어 가는데 <유실된 데이터> 혹은 <여백내기> 시리즈를 통해 그 과정을 작업화하기도 했다.

‘기호’ 자체를 좋아하기 보다는, 기호가 성립하는 과정에서 기의가 거의 덜어지면서 의미가 옅어지고 형체만 남는 결과를 좋아한다. 어른어른거리다 사라지는, 존재의 의미조차 옅어서 채도가 빠져가는 면에 강렬한 빨강을 데려온다. 빨강 자체가 완전한 의미를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기의를 더하는 감각을 열어준다. 그렇기에, 여전히 읽히지 않더라도 기호는 성립한다.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물 내지 풍경들로부터 어떤 초월된 감각을 얻길 원한다. 내가 말하는 초월이란, 더 이상 인간이 아님을 감각하거나 인간스러운 감정 외의 무언가를 감각하는거다. 강렬한 파랑 혹은 빨강 같은 것들이 그걸 가능케한다고 본다. 정치적 선전 의도로 쓰일만큼 강렬한 순색은 그 감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인간 무의식의 작용이었을지도 모른다. 한창 핑크빛에 빠져있을때, 그것이 불교에서 종종 쓰이는 피안의 색임을 몰랐다. 공동체에 살고 있기에 각각에 전달되는 집단적 유대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그리는 형태와 색들은 인간적인 틀에서만 작용하는 기호라고 생각한다. 이 기호들은 각자가 형성해온 의식 속에서 다르게 인식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읽히기도 하지만, 읽히지 않는 기호이다.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40106-김귤이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