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경 展

 

긍정적인 주변

 

만족 쇼핑, 2023_90.7x116.8cm_캔버스에 아크릴과슈

 

 

뮤즈세움 갤러리

 

2023. 9. 16(토) ▶ 2023. 10. 13(금)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서하천전로 213

 

http://musesseum.com

 

 

ㄷㅅㄹ에 마음이 담겨있어요. I, 2023_80.3x100cm_캔버스에 아크릴과슈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것들과 마주친다. 어떤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력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것들은 인지하지도 못한 채 지나가 버리는 것이 많다. 없으면 당장에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거나 아쉬워지지만, 제 위치에서 역할을 하고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소소한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큰 힘이 되어 준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이들을 인지하든, 못하든 그들은 꿋꿋하게 우리의 곁을 지키며 제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작가 정진경은 이러한 일상 속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에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 속 제재들은 매우 일상적이다. 쇼핑백, 도시락 가방, 책, 수세미, 수건, 색연필, 담벼락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만나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을 작가는 면밀히 살펴보며 집중한다. 사실 우리 생활 속에서 갑자기 이들이 사라진다면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리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평생 엑스트라로만 지낼 줄 알았던 소품과 풍경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된다.

사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이들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어떤 것은 화면 가득 커다란 면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단번에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 색은 ‘무엇을 표현한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이를 정답에서 더 멀어지게 만든다. 답 찾기를 포기할 때쯤, 혹은 굳이 제재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을 때 형태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마치 추상과 구상의 가운데에 있는 듯하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과 한 걸음 뒤로 물러서 혹은 묶어서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떠한 것은 가까이 가야 제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가 하면, 어떠한 것은 뒤로 물러서야만 깨달을 수 있다. 그의 단순화를 통한 면의 표현과 색감이 낯설지만 익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ㄷㅅㄹ에 마음이 담겨있어요. II, 2023_80.3x100cm_캔버스에 아크릴과슈

 

 

사물에 대한 애정만큼 이를 표현하기 위한 색의 선택에서부터 채색까지, 작가는 상당한 정성과 시간을 들인다. 정교한 기법과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표현기법을 요구하는 판화로 다져진 노하우를 그는 회화작품에도 녹여내었다. 얇고 투명한 붓질과 건조까지의 인고의 시간이 반복되고 쌓여 색 또한 깊어진다. 그가 받은 주변으로부터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작품 속에 켜켜이 쌓여 축적된다.

이전에는 수평계, 테이프, 드라이버, 수레 등 작가(예술가)로서의 삶과 가까운 소재들이 화면 속에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이번 <긍정적인 주변> 전시에서는 좀 더 개인적인 물건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가 정진경의 주변을 넘어, 인간 정진경의 주변을 훔쳐보고 공감할 수 있다. 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사물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매력과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바쁜 일상 속 당연함에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보고 힘을 내라고 작가 정진경은 이야기한다.

 

글/정연진(독립 큐레이터, 예술학)

 

 

애뜻한 수건 2023_Acrylic Gouache on canvas_116.8×90.7cm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2023_Acrylic Gouache on canvas_130×1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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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916-정진경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