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래 展

 

파랑새.존

 

챔피언 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23

 

 

플레이스막2

 

2023. 6. 3(토) ▶ 2023. 6. 29(목)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622

 

www.placemak.com

 

 

파랑새·존 III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3

 

 

“프로야구 <파랑새·존>의 행운을 동아생명이 드립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시작된 ‘82년에 코리안 시리즈부터 선을 보인 동아생명의 <파랑새·존>은 그동안 관중에게는 기쁨을, 선수에게는 영광을 듬뿍 안겨주고 있읍니다. (중략) ”

1980년대 초 프로야구의 시작과 그 인기는 대단했다. ‘파랑새·존’은 각 구장의 외야에 설치된 파랑새존 광고판을 선수가 친 공이 직접 맞추거나 그곳을 넘기면 상금을 주던 경기장 관객 몰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 중 하나였다.

우리가 믿어왔던 믿음의 대상들은 영원한가?
도시 속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낡은 주택에 눈길을 끄는 독특한 형식의 구조물을 가끔 마주친다. 대부분 시간이 더해진 임기응변식의 덧대임들로 연약하게 자신의 집을 지키고 있다. 때때로 상상할 수 없는 형태와 재료의 조합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삶의 조형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한동안 집의 어딘가를 지켜주던 믿음의 대상이 생명을 다하고 이내 또 새로운 믿음이 그 위를 덮고 있는 형국이다. 믿음의 대상은 영원하지 않으며 그 유통기한이 다하면 또다른 대상을 찾아 옮겨간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우리의 삶은 지속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단단한 믿음들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개인의 삶의 형태도 바꿔놓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와 함께 근래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유통기한이 다 된 믿음의 이동을 향한 징후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중매체는 낭만적이고 비사실적인 이미지들을 소비한다. <하이테크 I>(2022), <하이테크 II>(2023)는 80년대 TV 광고에서 새로운 컬러 기술을 홍보하던 제품 광고처럼 과학기술이 우리의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던 약속의 이미지들이다. 대중매체는 행복하고 찬란한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견고한 선입견을 지속시킨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이미지로서의 <손-남자>(2022)와 <손-여자>(2023)는 고정화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그 공고함에 대한 경고의 방책이자 유일한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의 개인적인 답으로 <손-예술가>(2023)를 제작했다.

 

 

하이테크 I_캔버스에 유채_53×65.1cm_2022

 

 

영화 <돼지꿈>(한형모, 1961)에 등장하는 인물 ‘찰리’는 주인공과 동네 사람들이 그리는 행복한 미래를 쉽고 빠르게 실현시켜줄 메시아이다. 그들이 간절함으로 쌓아 올린 믿음의 성물이 열리는 장면인 <찰리의 가방>(2023)은 실체를 드러낸 믿음을 대면하는 순간이다. 화려한 포장지안에 들어있는 여전한 현실을 깨닫기 전까지 실존하던 그들의 믿음은 허상인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믿음의 실체 그 이전의 모호함의 매력에 더 의지하는 것은 아닐까? 믿음이 가장 강력한 시점은 그것이 허상일 때인가? 한때 초인적 힘을 갈망하게 하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던 프로레슬링의 <챔피언>(2023)처럼, 그리고 모두의 시선 속 간절한 바람의 대상은 화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강렬하게 어딘가로 향해있는 관중들의 모습을 담은 <파랑새·존 ll>(2022), <파랑새·존 lll>(2023), <파랑새·존 lV>(2023) 처럼.

<꽃이 있는 정물-1980.04.14>(2022)는 한국 사회가 역사적인 사건들로 뒤엉키던 그날, TV를 통해 딱딱한 어투로 사건의 결과를 감정 없이 읽어내려가는 한 남자가 처음으로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장면의 일부이다. 그날의 스포트라이트 바깥의 테이블에 놓여있던, 어울리지 않게 곱게 놓인 화병을 클로우즈업하자 동시에 확대된 브라운관 TV의 주사선과 뒤섞여 그 형태는 더욱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기이한 이미지로 드러난다. 새로운 믿음의 탄생의 순간이고 이는 동시에 불안의 징후를 담고 있다. 황량한 저편의 공간을 향해 먼지를 일으키고 막 고개를 접어드는 <순찰>(2022)은 사건의 등장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혼란과 새로운 질서의 생성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악수>(2022)의 장면들은 오늘의 불확실성을 지우고 새로운 믿음이 도래할 것이라는 상징을 전달하며 그 이행의 과정을 위로한다.

유한의 믿음들이 시간을 초월하며 무한하게 삶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풍경을 이번 전시에서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손-남자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2

 

 

손-예술가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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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603-박병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