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연 展

 

비스듬히 obliquely

 

비스듬히 01_Archival pigment print_50x50cm_2023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3. 5. 31(수) ▶ 2023. 6. 25(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8-1, 2층 | T.02-797-7893

 

www.willingndealing.org

 

 

비스듬히 02_Archival pigment print_50x50cm_2023

 

 

<비스듬히>
기울어진 곳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꼭 그래야만 할까?
당위성을 묻던 질문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수긍하지 못했던 주어진 과제는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그것이 옳다고 믿게 되었다.
끝이라 불리는 곳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균형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문득 멈춰
여전히 기울어진 그곳에서
스치며 지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시작한다.
꼭 그래야만 할까?


....................................................................2023년 어느날

 

 

비스듬히 03_Archival pigment print_40x30cm_2023

 

 

나의 관심사는 부과된 목적을 위해 질주하는 생활에서 하찮은 것이라 간과하던 것, 열심히 보려고 노력해야 보이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주변의 사물이 미묘하게 어긋난 그 틈으로 들어가는 일, 그 틈으로 무한대의 상상과 한순간의 쉼을 체험하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의 정의나 상투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의 중요함에 대한 사유이다. 작업의 출발이 되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으로의 접근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생활에서 발견된 재료들을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감정의 산물로 전환한다. 작품은 생활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심리적 자극, 정교함, 서정적 속성이 결합한 설치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우개로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생긴 고무 찌꺼기를 이용하여 실을 만든다. 인내와 시간의 흔적인 고무 찌꺼기로 제작된 실타래들은 아슬아슬한 상태에 놓여 있거나 약간의 힘에 의해서도 끊어져 버리는 심리적인 방어기제의 모습으로 설치된다. 일상에 숨겨진 감응을 사물에서 발견하고 정교한 제작과정으로 재구성하여 다중적인 상징성을 부여하고 심리적 자극을 이끈다. 일상에서 목격하는 허술하고 쓸모없는 것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며 작고 연약한 것들의 소심한 위협과 방어의식을 통해 작은 것의 가치에 주목하게 한다.

<비스듬히> 작업은 익숙한 것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제안하는 것이며, 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치유에 대한 사유이다. 연노랑은 소심한 경고, 긴장을 자극하는 색이며 동시에 심리적 상처를 회복시키는 색이다. 흰색 종이를 연노랑으로 가득 색칠한다. 연노랑 변한 종이 표면을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지우개로 본래의 흰색이 될 때까지 부지런히 손목을 움직이며 지운다. 아무리 지워도 색의 흔적이 남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름이 모호한 색, 잃어버려도 언제나 대체할 수 있는 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 균형을 잃은 기울어진 화면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그래도 괜찮아, 라고 전하고 싶다.

 

 

비스듬히04_Archival pigment print_80x60cm_2023

 

 

비스듬히06_Archival pigment print_80x6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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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531-김시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