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展

 

위험한 놀이

HOMOLUDENS

 

위험한 놀이-맴맴맴_collage, painting on Korean paper_82.5x122cm_2023

 

 

플레이스막2

 

2023. 3. 4(토) ▶ 2023. 3. 25(토)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622번지 플레이스막2

 

www.placemak.com

 

 

위험한 놀이-붕붕_collage, painting on Korean paper_89x92cm_2022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상실감에 지친 깊은 밤, 창밖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에 큰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자연이 의인화되어 내 심연까지 어루만져주는 기적 같은“사건”이었다. 길게 늘어선 가로수는 그날따라 강하게 불던 바람에 거대한 파도처럼 일어서서 땅를 진동시키는 소리로 나를 깨웠다.

내게 부여된 모든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내 몸의 감각을 통해 실재와 마주하던 그 찰나의 순간은 우리가 일상적 삶 안에 느끼는 욕망과는 다른 근본적인 자유를 갈망하게 했다. 보이지 않는 근원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오직 예술의 언어로 이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작업을 통해 다시 그 찰나의 순간으로 들어갈 수 있길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

우리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타고난 본성과는 다른 타자를 내면화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껍데기를 벗고 내 몸의 감각으로 우주와 조우할 때 느끼는 자유는 사회화 이전의 자아, 즉 동심의 상태에서 경험하는 날 것의 자유와 같았다. 감각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이야기하며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은 다층적 자아를 다룬다는 점에서 내 작업은 신표현주의의 연장선에 있다.

 

 

위험한 놀이-어스름_collage, painting on Korean paper_134x104cm_2022

 

 

나는 동심을 지향하며 자연의 에너지를 빌어 인간의 경직된 심리를 회복하고자 한다. 동심의 세계에서 타인은 경쟁상대가 아닌 놀이의 대상이고 모두가 평등하다. 나는 놀이의 메커니즘를 통해 서열화 된 인간중심주의를 비틀고 억눌리지 않은 인간본성의 자유로운 유희충동을 이야기하고 싶다. 더 이상 상식적인 인식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내가 대상을 바라보고 지각한대로 자유롭게 변형되고 새로 만들어진다. 상상력을 무기삼아 모든 것이 가능한 신나는 놀이가 되면서 우리를 위축시키는 것들로부터 유쾌하게 벗어날 수 있다. 이 경험은 딱딱하게 굳어진 일상을 환기시킬 힘을 갖는다.

열린 감각으로 자연 안에서 호흡할 때 난 거대한 우주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과 전 존재들이 다양한 교차점을 만들어내며 왠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존재와도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인간중심의 이원적 세계에 미처 편입되지 못한 무수한 것들이 만들어내는 틈 사이로 들어가 세상 모든 존재와 놀 수 있다. 자연에서 얻은 이미지를 조합해서 인간도 식물도 동물도 아닌 오방색 눈을 가진, 내가 그리는 형상들은 나와 함께 놀 친구이자 내안의 수많은 타자 중의 하나이다. 탱크나 전투기, 화폐가 등장하는 난장 같은 놀이터를 나와 함께 활보한다.

사회화이전의 자아가 갖는 자유로우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 모습은 우리 전통의 민화에서 볼 수 있는 미학적 정서와도 닿아있다. 나는 신표현주의의 감각을 통한 중층적 의미구조를 계승하며 인간과 자연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민화를 발판삼아 인간본성의 자유로운 유희충동을 현대적 조형언어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군인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군부대가 있는 산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화려한 도시, 서울에서 살고 있다. 내 기억에 새겨진 군사문화와 오늘날,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는 자본주의의 거대담론은 자유로운 유희충동 아래 부서지고 다시, 다르게 세워진다.

 

 

위험한 놀이-접근금지_drawing, painting on Korean paper_82.5x122cm_2023

 

 

위험한 놀이-환한 밤_collage, painting on Korean paper_129x178cm_2022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0304-김현수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