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소완 展

 

마음에 담는 세계

 

땅과 하늘과 물의 시간_70x70cm_장지에 혼합재료_2022

 

 

Gallery Doll

갤러리 도올

 

2022. 11. 18(금) ▶ 2022. 12. 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강은 어디에서 오는가_장지에 혼합재료_24x18cm_2022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는 역사의 경험이 축적된 땅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의 현대 지도는 실제 공간의 사물들을 일정한 기호나 표식을 이용해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지만, 과거의 고지도(古地圖)와 천하도(天下圖)는 서양 근대적인 투영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의 회화적인 표현법으로 제작되었다. 고지도와 천하도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이상세계가 나타나는데 이는 풍수지리의 사상으로부터 출발한 비보풍수(裨補風水)의 개념이다. 비보(裨補)란‘약하거나 모자란 것을 도와서 보태거나 채운다\'는 뜻으로 비보풍수란 산(山) 수(水) 방위(方位) 등 지리적 요소와 함께 사람의 \'마음\'을 명당의 조건으로 여긴 한국의 고유한 풍수 개념이다. 한국인이 꿈꾸던 명당이란 단순히 훌륭한 자연조건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룬 이상향의 모습으로, 풍수는 실제의 땅과 풍경 위에 이상세계를 중첩해 공간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작업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된 상보적인 큰 우주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동시대에 현재의 방식이 아닌 과거의 방식으로 현대적 상상의 고지도와 천하도의 형상으로 이상세계, 즉 보이지 않는 세계 너머의 형이상학적 시공간이 조합된 지형을 그려내고 있다. 미지의 세계 또는 내면세계(심리적인 공간)를 상상의 지형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낮과 밤, 계절이나 날씨의 변화 등 자연의 순환 현상과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내면의 이상적 지도’로 나타난다. 내면을 통해 그려진 상상의 지형 속 공간은 근본적으로 하나의 분위기를 가진 환경으로 표현된 이상세계를 보여준다. 작업을 통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마음의 명당을 만들어내며 현실과 마음에 서로 상보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보(裨補)’를 자연과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며 실천하고 있다.

작업의 이미지는 땅, 하늘, 물줄기 등과 같은 상징이 뒤엉켜 커다란 고지도와 천하도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우주적 시간 풍경의 신작에서는 세로로 긴 물줄기와 물의 형상들이 많이나타났는데, 이것은 집과 작업실에서 일상적으로 바라본 창릉천(昌陵川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에서 발원하여 현천동 한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의 변화무쌍한 물줄기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편안한 색감과 느낌은 마음의 안정화 과정에서 비롯되었으며, 실제 시간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색감을 석채와 안료, 먹, 다양한 건식재료를 이용하여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작품에 나타나는 고지도의 형식과 부감시(俯瞰視)의 이미지는 동양화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회화 표현으로서 내면의 휴식과 여행으로부터 출발해 자연의 순환 현상과 시간과 공간이 연결되는 우주적 공간들을 표현한다. 이렇게 구현된 상상 속 풍경 체험을 통하여 잠시 일상에서 잊고 있던 감각을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끝없는 풍경_장지에 혼합재료_72.7x50cm_2022

 

 

시간의 어디쯤에1_장지에 혼합재료_70x70cm_2022

 

 

세상과는 먼 땅_장지에 혼합재료_27.5x22.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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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118-엄소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