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주 展

 

Dearest Yoricke

친애하는 요릭에게

 

 

 

KT&G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

 

2022. 7. 20(수) ▶ 2022. 7. 31(일)

강원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25 어린이회관 | T.070-7586-0550

 

www.sangsangmadang.com

 

 

오필리어의 죽음 The death of Ophilia_ Acrylic and pastel on Korean paper_194x130cm_2022

 

 

요릭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 나온 해골의 이름이다. 작품 5막 1장에서는 햄릿이, 한때 궁중 광대였던 요릭의 해골을 손에 들고 방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인간이 죽음과 이토록 친밀하고 측은하게, 또 참담하지만 위트 있게 대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희열을 느낀다. 삶의 다른 이름은 죽음이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삶을 산다는 것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과 같다. 삶과 죽음은 하나인 까닭이다.

나는 작품을 읽은 이후로 죽음을 ‘요릭’이라고 불러왔다. 나는 요릭과 대화를 나누고 편지를 주고받은 기록과 함께 찰나적 영원으로 남은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요릭을 두려워했지만 최근엔 퍽 좋은 관계에 있다. 그는 때때로 나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하고, 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떠나기도 했다. 얼마 전 나는 인생의 동반자가 생겼다. 그의 존재는 삶을 살도록 돕기에 요릭의 존재감도 그만큼 커졌다. 짙은 어둠이 내린 시간, 우리는 요릭과 함께 삶이라는 나무에 올라가 샛별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세계에는 하늘과 땅 어디에나 별들이 떠 있었고, 모두가 같은 물질로 구성되어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구와 함께 천천히 돌면서 스러져가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우리는 태양의 눈을 마주할 것이다. 밤의 문턱을 넘어서는 일을 또 한번 경이롭고 평범하게 맞이할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고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어둠에 초를 밝히고 잠이 들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일평생 수만 번씩 되풀이되는 천국을 살아갈 것이다. 요릭 덕분에 말이다.

 

 

밝은 밤 The bright night_Coloured on Korean paper_130x193cm_2021

 

 

The way life goes_Gouache and acrylic on Korean paper_1052x130cm_2022_부분

 

 

친애하는 요릭에게 Dearest Yoricke_Acrylic on canvas_363x227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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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720-한선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