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展

 

풀밭 위의 점심식사

 

 

 

스페이스 엄

 

2022. 7. 2(토) ▶ 2022. 7. 13(수)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39 | T.02-54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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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점심식사 Luncheon on the Grass 97cmX193.9cm oil on canvas 2022

 

 

사하라 작가노트 _ 전시 서문
Physical Theatre 신체극 _ 사하라 ‘풀밭위의 점심식사’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 작품과 사하라의 ‘풀밭위의 점심식사’ 작업은 단 1g도 비슷한 점이 없음을 먼저 밝혀 둔다. 다만, 작업의 외적 모습이 아닌 그 목적성에서는 비극적으로 다른 비극의 색깔이 교차된다는 점이 있다.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가 당시에 낙선작이었지만, 미술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그림으로 꼽힌다는 사실에 나로서는 관심이 없다. 완전히 벌거벗은 모습의 두 여성과 부르주아 복장을 한 남성들. 전혀 다른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품 속 인물의 시선은 모두 제각각이다.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타고난 입장의 차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대한 목적성, 이 색깔이 겹친다고 할 수 있다.

Physical Theatre신체극_ 사하라 ‘풀밭위의 점심식사’에는 단편의 에피소드들이 함께 한다. 에피소드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다른 캐릭터의 인물들이다.

신체 움직임이라는 비언어적 표현으로 공연을 하듯 인물들은 서로를 비추고 다른 이의 어떤 측면이 되거나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낳음으로써 각자 상대방으로 존재하며, 전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작품에서 인물들의 제스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풀밭위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인물, 행복을 즐기고 있는 그 순간에 대한 포착이기도 하다. 도시락을 준비 하며 계란을 반숙으로 할지 완숙으로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 비극적으로 보이는 에피소드 안에 담겨진 극복의 이야기. 이만 저만 사정이 어려운 것이 아닌 다수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웃음이 터져 나오는 희극의 색깔을 갖고 있다.

마치 다음의 에피소드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What is happening in there 91cmX116.8cm charcoal, acrylic on canvas 2022

 

 

에피소드 1_ 전화기

4월 31일 저녁 9시 전화 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만 만나는 것이 좋겠다. ” 고.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말했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렇지만, 전화 반대편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 *@_++=!^#%@$ ”

아마도 내 정신이 너무 아득해 져서 , 이런 특수문자처럼 말들이 엉켜 들려왔다.
살다보니 이런 날이 다 있구나 싶다.
내 입장에서는 중요한 이야기를, 비즈니스 상의 업무처리인 것 마냥
전화기 너머로 듣다니.......

전화기로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의 입장도 있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왕자님의 사정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겠죠.

 

 

신데렐라와 왕자 01 Cinderella and the prince 01 34.8cmX27.3 cm oil on canvas 2022

 

 

에피소드 2_ 어젯밤

꿈에 나온 그는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그는 제가 도와 달라고 했을 때는
안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먼저 도와준다고 하다니......
꿈에서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왜 그랬을까요?

별거 아닌 꿈일 수도 있는데, 어릴 적 할머니가 죽는 꿈을 꾸고 난 다음날 할머니가 정말로 돌아가셨다. 점쟁이가 그러더라구요. 제가 예지가 있는 사주라서 꿈이 맞을 거라구요.
되는 일이 없는 요즘,.....이런 꿈을 꾸었으니 궁금한 거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도와 줄 거면 진작 도와주지.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게 만들었는지도 묻고 싶었어요.

 

 

Luncheon on the Grass 03 풀밭위의 점심식사 03 38cmX46cm charcoal, acrylic on canvas 2022

 

 

에피소드 3 _ 신데렐라

신데렐라가 두고 간 신발을 찾느라 왕자님은 구두 영업 사원이 된 것처럼 고생 끝에 장화 신은 신데렐라를 찾아 예쁜 구두로 갈아 신기고 전시장 인형 한 쌍처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일상이란 주말 점심으로 백반을 먹을지 라면을 먹을지, 정말 완벽한 파트너이지만 50년 이상 같이 살며 설전을 벌일 현실이 없었기 때문에 동화 속에서 신데렐라는 매일 행복 했다는 이런 이야기 우리 많이 읽었죠.

 


에피소드 4 _ 시야

험담에는의도가있기마련이다.
그에 대한 험담을 듣고 있는데 너무나 무서웠다.
그것은그렇지않다고잠재울수없는상황이 더 안타까웠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며 인스타에 장문의 욕설을 적은 여자의 피드를 보았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고, 그 다음 피드는 타인의 개인사정에 대한 욕을 퍼부었는데, 욕을 한 그 년에게 ‘ㅆㅂ 너는 진짜 나쁜 년이야. 이만 저만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 도덕적으로 누구에게 화살을 쏠 자격이 있느냐’ 라고 묻고 싶은 지경 이였다.

타인을 비난할 때, 멈칫해야 하는 이유는 나의 결핍을 투사하여 가진 자의 것을 비난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욕되게 할 때 내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모든 인물들은 관계의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고, 현재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은 나의 불안을 담보로 삶을 가장하고 있다. 그러나 풀밭위의 점심식사와 한 잔의 와인, 커피, 시집을 마주하고 have a caliday 를 외치며 자유를 느끼는 오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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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702-사하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