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 展

 

밤의 후렴구

The Chorus of the Night

 

 

 

김희수아트센터 아트갤러리

 

2022. 6. 20(월) ▶ 2022. 7. 16(토)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홍릉로 118 | T.02-962-7911

 

www.soorimcf.or.kr

 

 

Salang-Salang Whispering on That Summer Night_캔버스에 유채_162.2x130.3cm_2022

 

 

수림아트랩 신작지원 2022 : 김지선 <밤의 후렴구 The Chorus of the Night>

우리는 필연적으로 오감을 내포한 자신의 몸을 매개로 세상을 인식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은 낮과 달리 어떤 감각은 무뎌지기도 하지만 또 어떤 감각은 놀랄 만큼 섬세해져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만든다. 작가는 밤의 풍경을 감각하고 오롯이 그 시간에 집중한다. 그렇게 감각되고 기억된 밤의 풍경들을 머릿속에서 겹치고 쌓는다. 그리고 지금, 켜켜이 누적된 밤의 시간들을 다시점화하여 전시장에 공감각적으로 전개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산책하며 마주한 밤 풍경을 녹음, 사진, 영상 등으로 기록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기록은 쌓여가지만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거나 퇴색된다. 하지만 그 장소에 있었을 당시 자신이 경험한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한 감각적 정서는 잔상처럼 남아 있다. 그것은 사람이 줄 수 있는 정서적 안정을 포함하여 기분 좋게 손끝을 스치는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등 오감이 기억한 모든 것들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떤 계기로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고 때론 의도적으로 소환되기도 한다. 여기에 작가는 현재 자신의 내면적 정서를 더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상들을 겹치고 지우며 최소한의 스케치 없이 리듬감 있는 붓질로 밤의 풍경을 완성해간다.

이번 전시 《밤의 후렴구》는 이러한 작가의 기억 속 ‘밤 풍경’에 대한 작업적 관심을 전시장에 적극 구현하고자 한다. 전시장 중앙 6m가 넘는 대형 작업을 중심으로 작품들은 각기 다른 시점에 위치한다. 그리고 수직, 수평으로 극대화된 캔버스에 작가는 자신만의 시점으로 풍경을 담는다. 이렇게 구현된 밤의 풍경은 새로운 시공간을 획득, 전시장에서 작가 기억의 몸체가 되어 관객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관객은 작품과 작품 사이를 오가며 밤 풍경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 안에서 각자의 리듬으로 풍경을 감각한다.

 

 

Night Lights_캔버스에 유채_130.3x811cm_2022

 

 

전시장 중앙 < The Day They were Dancing and Singing >(2022)은 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수반되는 다양한 시각(視角)에 따른 신체의 역동적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붓 터치가 쌓여 추상에서 구상, 구상에서 추상을 넘나들며 오랜 시간 마주하였던 밤 풍경의 거대한 집체가 된다. 그리고 < Shine-Shining-, Swing-Swinging- >(2022), < Make Me Dance >(2022) 등의 작품들은 대형 작업에서 파생된 독립적 기억의 파편으로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적 경험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담아 회화 속 다시점을 전시장으로 확장해가며 공간화한다. 작품 안 밤 풍경의 모든 존재들은 저마다 빛을 머금고 있다. 어둠으로 인해 극대화된 달빛과 인공적인 불빛을 머금은 존재들은 완전한 어둠이 되지 않은 채 춤을 추듯 일렁이며 우리 몸의 움직임과 빛의 변화에 따라 시간과 시각의 왜곡을 만들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전과 달리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여 레이어를 만들며 선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한 유동적인 느낌과 잔상 이미지로 순간의 형상들을 시각화한다. 전시장 후렴, 마주하게 되는 걸개 작업 < Suddenly Became Calm >(2022)은 수평선 너머 서서히 어둠이 드리워져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짙은 푸른색 하늘이 배경이 아닌 대상처럼 보이는 순간, 밀려오는 밤과 함께 고요해진 풍경을 수직적 캔버스와 대비되는 수평적 시점에서 초현실적으로 담아낸다.

회화는 물리적으로 시작과 끝이 있지만 오랜 시간 쌓인 밤의 기억 속 풍경은 전시장 안에서 끝도 없이 리듬을 갖고 후렴구를 만든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아마 하나의 기억일 것이다. 딱히, 이름 붙이지 못할 경험들을 안고 산다.”[1] 존 버거(John Berger)의 말처럼 우리가 기억하진 못하지만 분명 경험한 순간들이 있다. 작가의 작업은 어쩌면 이름 붙이지 못할 경험들을 그림 안에 붙잡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기억 속 사라지고 잊혔던 무명의 경험들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다시 상기시켜, 소리가 그치거나 거의 사라진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음향처럼 언어화할 수 없었던 감각과 감정들을 전시장 안에 소환시키는 것이다. 작가의 밤 풍경은 그렇게 우리 기억 속 저편에 있던 또 다른 밤의 기억을 되뇌게 만든다. 시작은 작가가 일상적으로 마주한 소소한 밤 풍경이었지만 축적된 시간만큼의 온도, 색감을 입혀 따스한 밤의 기억을 보는 이의 가슴에 소중히 담아내어 준다. 그 기억들은 생동하며 되풀이되는 시나 가사의 후렴구처럼 전시장 안에서 리듬을 만들고 조금씩 변주되며 저마다의 후렴구를 만든다. 순간 밤의 이미지들이 공명한다.

 

 

Shadow Dance_캔버스에 유채_130.3x193.9cm_2022

 

 

Make Me Shine_캔버스에 유채_53x45.5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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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620-김지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