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_Family Pictures 展

 

BBREKA(신재은, 최진연), 양은혜, 성희진, 황혜선

 

 

 

아트스페이스J

 

2021. 5. 11(화) ▶ 2021. 6. 29(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66 SPG Dream Bldg. 8층 | T.031-712-7528

 

www.artspacej.com

 

 

BBREKA, 1인 가구 프로젝트, 2017

 

 

‘가족(家族)’.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가족의 사전적 정의로 일반적으로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인 식구와 유의어로 사용된다. 오늘날 우리나라 총 가구수는 2,309만 3,108가구이며 평균 가구원수는 2.4명으로, 이 중 1인 가구수는 39.2%를 차지한다. 한편 반려 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점점 늘어 604만 가구로 우리 국민은 4명 중 1명 비율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은 사회, 경제적 구조의 변화에 따른 개인의 취향과 기호,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변모해 왔으며, 그 의미와 관계에 대한 질문들 역시 예술계의 주된 화두가 되어오고 있다. 이에 아트스페이스 J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른 동시대 한국 가족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사진, 회화, 그리고 설치작업으로 이루어진 < 21c_Family Pictures >展을 기획하게 되었다.

신재연과 최진연, 두 작가로 구성된 아트팀인 BBREKA(쁘레카) 는 2015년부터 ‘1인 가구 사진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가구’라는 집합체를 면으로, ‘1인 개인’을 점으로 환원하여, 하나의 점인 1인, 즉 개인 가구들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다른 대상을 가족 구성원으로 선택하여 대안적 면을 이루며 살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시작되었다. 이들은 스튜디오에 전통적인 4인 가구 기준의 가족 사진관 촬영 소파를 설치하고 1인 가구 참여자들이 자신의 반려 동물이나 식물, 혹은 사물들과 함께하는 가족 사진을 촬영하여, 다양한 형태의 피사체들과 애정 어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오늘날 가족의 모습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기록해 오고 있다.

1인 가구의 보편화는 삶을 대하는 동시대인들의 인식도 변화시켰다. ‘You only live once.’‘당신의 삶은 한 번뿐! 오직 한 번뿐인 자신의 삶을 즐겨라.’ 양은혜 작가는 ‘지금’, ‘여기’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사회의 보편적 잣대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젊은 욜로(YOLO)족 세대의 삶의 방식을 담담하게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그녀는 현재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불안정한 미래를 담보로 하는 우리네 젊은이들의 ‘웃픈 자화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가치관과 시대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양은혜, 여름여자, 72.7x72.7cm, acrylic on canvas, 2016

 

 

그런가 하면, 사진가 성희진은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자라고 있는 21세기의 아이들과 이들을 위해 할머니와 엄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 시대 ‘할마’들의 모습을 <Busykid>와 <Grand-Mother>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지원을 받고 있는 오늘날 아이들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맞벌이로 인한 부모의 부재가 수반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손주들을 위해 기꺼이 육아를 책임지는 할머니들의 황혼 육아로 이어진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라는 명목하에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원더 할마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세대를 초월하는 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가 담겨있다.

아이의 옷 매무새를 만져주는 어머니, 나란히 발을 맞추어 걸어가는 부자의 모습,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손녀와 할머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세자매 가족의 뒷모습. 보기만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우리네 일상 속 가족의 평범한 모습들은 황혜선 작가의 ‘드로잉-조각’들이다. 그녀의 조각들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순간들이지만 작가가 이를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사유로 겹겹이 기록함으로써 동시대 가족들의 일상성과 시간성을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얼마 전 자발적 비혼모인 한 방송인의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출연 소식에 대해 비혼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지며 ‘정상가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의미하는 ‘정상’의 범위를 우리는 어떻게, 어디까지 규정할 수 있을까? 앞서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살펴봤듯이, 이제는 ‘가족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기보다는 ‘무엇을 가족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로 우리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밖에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의 패러다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고, 지금도 변모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갈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에는 어떠한 새로운 가족지형도가 그려질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아트스페이스 J l 한혜원

 

 

성희진, BUSYKID_Ribbon Gymnastics, 56×76cm, inkjet print, 2013

 

 

황혜선, 가족, 57x120x0.3cm, 알루미늄 분체도장, 2020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10511-21c_Family Pictures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