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예 展

 

 

 

갤러리이즈

 

2020. 5. 27(수) ▶ 2020. 6. 2(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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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이미지 林泉高致란?

 

모든 이가 처해 있는 삶, 숨 가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을 두발 걸어서 또는 비행기와 배로 어딘가로 훌쩍 떠나길 바라는, 자신이 염원하는 세속이 존재하지 않는 '임천고치'에 대한 그리움은 모든 이가 마음 속 어딘가에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억제하고 누르는 세상을 나와 자기 자신이 희망하던 이상향을 자유롭게 거느리며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내면의 감정을 찬찬히 느끼고 읽어보며 삶에 얽혀져서 자기자신을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였던 어둡고 탁한 부정을 잊고 맑아진 마음을 느끼고 다시 돌아가길 염원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임천고치 거닐 때마다 보이는 크고 작은 모습들은 삶이 굴곡이 있듯이 오래되어서 낡고, 새로 단장하여 번듯한 이미지가 공존한다. 언덕을 오르다가 어느 순간 평지를 만나고, 평지를 걷다가 내리막을 만나듯이 마을을 이어주는 길을 걷다 보면 안개처럼 희미하기도 혹은 비가 내리다 개어 화창한 날의 또렷한 이미지로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나의 기억 속 이미지, 임천고치 또한 어떠한 화면 공간에도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시점에서 표현된 것처럼 평면의 한정된 화면을 깊이 있고 무한한 공간을 담아보았다. 높이를 알 수 없는 무한한 물체가 존재하기도, 하늘에서 바라보는 듯한 훤히 보이게 표현되기도, 끝없이 존재하는 형체를 길게 그리다가 자르기도 하면서 뒤의 형체가 더 진하게 보인다. 이러한 자유로운 표현이 나의 임천고치와 어울린다.

임천고치 표현방법에서는 한지, 석채의 재료가 적합하여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오래되어서 낡고 새롭게 단장하여 번듯한 사이를 거닐다 보면 따뜻하면서 거칠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가 연상되고, 이것은 마치 따뜻하고 부드러운 석채, 한지의 성질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임천고치에 물들어 있는 다채로운 석채의 모습은 그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마을의 색상을 대변해주듯이 꽃으로 물든, 햇빛이 공존하는, 여유가 남아있는 이미지를 한지 위에 다양하게 담아보았다. 오돌토돌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각기 다른 색상의 돌가루로 다양하게 비쳐지는 이미지의 특징을 잘 담아 임천고치의 여유로움으로 채워 나갔다.

곽희 '임천고치' 산과 샘을 거닐며 탁한 기운을 정화하며 맑게 하는 그런 이상향

북송시대 사대부들에게 '임금에 대한 충성으로 사회적 관직을 지키며 어버이에 대한 효심으로 책임을 다하는 세속공간'의 족쇄에 벗어나 편하게 머무르면서 정신을 맑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임(林)과 천(泉)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임천고치가 추구되었다. 임천고치는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임천의 마음'을 표현했다.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산수 또는 한번 쯤 그곳에 살아보고 싶은 산수를 그렸을 때는 임천에 대한 갈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곽희는 임천을 그릴 때에는 계절마다 아침, 저녁에 변화하는 순간의 여러 각도를 따라서 반드시 자세하고 치밀하게 관찰해서 나타내야 다양한 모습, 독특한 특징을 띄고 있는 자연의 마음을 한 폭의 종이에 나타냈다.

세속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을 거닐거나 자유롭게 은거하는 시간을 갖게 됨으로써 삶과 얽혀졌던 힘들고 어두웠던 부분을 잊고 깨끗해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산수는 역사가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여 옛 인물이 거닐고 머물렀던, 인간이 살아가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자연은 벼슬, 권력, 재물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세속으로부터의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마음은 세상에 휘둘려지지 않고 조화롭게 해준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욕망에서 벗어나 마음의 성찰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게 된다. 자연에 거주하면서 그곳과 친구가 되어서 자연을 직접 느껴보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심성을 깨끗하게 하여 그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인간의 수양의 수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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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0527-김다예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