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석 展

 

AFTER IMAGE : WHISPERS FROM THE OBJECTS

 

 

 

갤러리도스 본관

 

2019. 11. 27(수) ▶ 2019. 12. 3(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737-4678

 

www.gallerydos.com

 

 

YELLOW DUST_101x71cm_Bookcloth 위에 실크스크린 프린팅_2019

 

 

희미하게 남겨진 것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시간이 흐르고 생활이 쾌적해져도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전달되기 전에 깊게 고민하고 조심하던 편지, 당장 가질 수 없어도 고심해서 고르던 문방구의 잡동사니들에 대한 추억이 그러하다. 동시대 사람들은 손바닥 위에서 화면만 몇 번 눌러보면 지구 반대편을 알게 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러한 편리와 안락에 늘 지쳐있다. 가끔은 무언가를 건네주거나 받기위해 오래도록 간절히 기다리길 원하며 그렇게 담담히 시간을 흘려보냈기에 기억은 소중하고 따뜻한 화면으로 남게 된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내일을 위해 움직이는 오늘을 견디는 이유는 어쩌면 과거에 대한 추억이나 그리움이기도 하다.

서예석은 어린 시절 재개발로 인해 사라진 옛날 집에 대한 기억을 되새긴다. 어른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할아버지방 안 선반과 서랍에 있던 물건들은 희미하게나마 그 시절의 냄새와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 작가는 새로 지은 거실의 수납장에 할아버지의 소박한 유품들을 그 기억대로 진열하고 시간과 함께 유리 안에 멈춰둔다. 성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물건들은 과거로 잠시 다녀올 수 있는 기억을 간직한 타임머신이다. 작은 구멍이나 사진기를 통해서 전체의 풍경을 바라보거나 담을 수 없듯 기억은 한때 강렬한 향기를 지녔던 순간이었던 파편들의 불규칙한 조합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마치 완성된 그림과 몇 조각이 소실된 채 하나의 상자에 뒤섞여 버린 아끼던 퍼즐을 기억에 의존하여 합쳐보는 것처럼 이미지의 잔상들을 겹치는 방법으로 기억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비슷한 모양끼리 우겨넣어진 퍼즐처럼 화면에 보이는 이미지들은 온전히 합쳐지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서예석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특이하게도 방충망이라는 매체를 사용했다. 공간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동시에 엄연히 구분 짓는 특성을 가진 창에 사용되는 방충망은 작가가 떠올리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존재한다. 작가와 관객은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도 건너편의 이미지를 볼 수 있지만 방충망이 지긴 촘촘한 격자무늬로 인해 작품 속 형상은 마치 로딩이 완료되지 않은 저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를 보듯 명확하지 않다. 작품에 드러나는 형태는 알아볼 수 있지만 인화되기 전의 필름을 보는듯한 색감으로 인해 원래의 모습을 정확히 유추하기 어렵게 한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게 하면서도 다양하게 사용된 색은 작가가 설명하는 구멍의 이미지와 함께 보이는데 이는 밝은 조명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을 때 눈꺼풀 안쪽의 어둠에서 반복되다 사라지는 반전된 색의 잔상을 연상케 한다.

어른이 되어 소유하는 값비싼 수집품들보다 어린 시절의 때 묻고 허름했던 물건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작은 물건일 지라도 지난 시간이 담겨있어 인연과 사연으로 향하는 매개가 된다. 자세히 바라보기 힘든 빛으로 인해 주변이 명확해지는 것처럼 온전히 떠올리기 어려운 기억으로 인해 우리는 오늘을 명확히 바라 볼 수 있다. 서예석의 작품은 한눈에 들어오는 자극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차분히 기다려야 차의 향기처럼 서서히 우러나온다. 그렇게 관객 개개인이 잊고 있던 희미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순간을 제공하며 먼 내일에 비로소 다다랐을 때 오늘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BEYOND HOLES II_97x94cm_종이 위에 실크스크린 프린팅_2018

 

 

BEYOND HOLES I_116x109cm_종이 위에 실크스크린 프린팅_2018

 

 

 

 

 
 

■ 서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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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91127-서예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