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성과보고전Ⅱ ‘천 년의 시간을 지나 서(書)’

YATOO International Artist in Residence Program 2018 ExhibitionⅡ 'Seo(書) over a Thousand Years'

 

 

에마누엘라 카마치 (Emanuela CAMACCI) | 이탈리아 (Italy)

고타르드 에르제베트 (GOTHARD Erzsébet) | 헝가리 (Hungary)

뭉크-얼딘 뭉크조리크 (Munkh-Erdene MUNKHZORIG) | 몽골 (Mongolia)

노태호 (NOH Tae-ho) | 신미연 (SHIN Mi-yeon) | 박정익 (PARK Jeoung-ick) | 한국 (Korea)

 

 

 

연미산자연미술공원

Yeonmisan Nature Art Park

 

2018. 10. 27(토) ▶ 2018. 11. 11(일)

Opening 2018. 10. 27(토) 11:00

충남 공주시 우성면 연미산고개길 98 | T.041-853-8828

 

www.yatoo.or.kr

 

 

“천 년의 시간을 지나 서(書)”

 

서(書)는 의미상 문자를 쓰는 것 또는 쓴 것을 뜻하며, 동양에서는 예술의 한 장르를 이룬다. 이는 서(書)가 의미 · 내용의 표기가 우선이지만 동시에 문자를 아름답게 쓰려는 의식과 함께 진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書)는 편지글을 말한다. “서라는 것은 같다는 것이니, 그 말을 그 뜻과 똑같이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라는 정의에 드러나 있듯이, 자신의 마음을 거짓 없이 옮겨 담는 것이다. 서(書)는 형식과 내용이 자유로운 편이다. 문장의 길이에 제한이 없으며, 크게는 학문이나 시정에 대한 논의에서 작게는 일상생활의 자잘한 일에 이르기까지 어떤 내용이든 자유자재로 써내려갈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서의 본질은 가슴 속의 회포를 풀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데 있으므로, 그럴듯한 미사여구보다는 정연한 문장과 진실을 담은 내용이 중요하다.

동양 예술에 있는 서(書)는 추상적인 형태와 리듬의 연구로서 기초적인 선(線)과 형(形)에 대한 미학 또한 전달한다. 동양의 서(書)가 2000년이 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리듬과 형(形)의 양식을 탐구하였고, 특히 식물과 동물 등 자연으로부터 예술적 감흥을 구현한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공주의 금강을 끼고 있는 연미산에는 천년의 ‘고마나루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공주시의 지명전설이자 인간과 동물의 결연담으로서 오늘날까지 지역의 상징적 정체성으로 등장하고 있는 설화 속‘곰’이야기는 지역민의 관심을 넘어 자연미술 작가들에게 큰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2017년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주제‘천 년의 시간을 지나 온’에 이어지는 이번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천년의 시간을 지나 서(書)’를 통해 보다 깊어진 미학적 탐구를 펼치고자 한다.

지역에 스며있는 역사와 설화를 바탕으로 서(書)의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연계의 리듬과 형(形)을 탐구하고 재해석될 ‘곰’이야기에 미학적 기대감을 가져본다.

 

* 고마나루 설화: “아득한 옛날 연미산에 큰 굴이 있었고 그곳에는 커다란 암곰이 한 마리 살았다. 인간을 사모한 암곰은 어느날 나무꾼을 납치하여 같이 살았다. 나무꾼이 도망갈 것을 염려한 나머지, 사냥을 갈 때마다 바위로 문을 막았다. 세월이 흘러 새끼가 둘이나 생기자, 암곰은 안심하고 동굴 문을 막지 않게 되었다. 그 사이를 틈타 나무꾼은 도망갈 수 있었다. 강변으로 도망가는 나무꾼을 발견한 곰은 두 새끼를 데리고 강변으로 달려가 돌아오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나무꾼은 곰의 애원을 외면하고 강을 건넜고, 그것을 보고 있던 곰은 새끼들과 함께 강물에 빠져 죽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나무꾼이 건너온 나루를 고마나루 또는 곰나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런 고마나루 설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에 ‘고마’는 실제 곰이 아닌 곰처럼 생긴 우악스러운 여인이었다는 설도 있어 작가적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 공주의 지명은 고마나루에서 온 말이다. 즉 ‘고마나루’는 ‘고마’+‘나루’의 결합으로 ‘고마’는 ‘곰’, ‘나루’는 ‘진(津)’ 즉 웅진(熊津)으로 풀이한 것이다. 웅진은 공주의 옛 지명이다.

 

 

 

에마누엘라 카마치_시너지

 

에마누엘라 카마치 (이탈리아) | Emanuela CAMACCI (Italy)

<시너지 - 곰이 물로 변한 것 같이>

곰은 강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몸을 쭉 뻗어 물로 변화되어, 강과 한 몸이 된다. 곰은 강과 공생하며, 자신만의 대화를 만들어낸다.

곰의 몸은 살아서 강물의 흐름과 시너지를 이룬다. 곰은 마치 춤을 추듯이 강과 함께 흘러간다.

이 작품은 강과 더불어 여행하면서, 마치 포옹하듯 앉으라며 관람객을 초대한다.

곰은 만남의 장소가 되고, 숲과 조화를 이루며 관람객들과 교감한다. 친숙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공간이다. 시간은 흐르다 마치 하나의 베일처럼, 하나의 녹청처럼 그 위에 머물 것이다.

 

 

 

고타르드 에르제베트_소용돌이

 

고타르드 에르제베트 (헝가리) | GOTHARD Erzsébet (Hungary)

<소용돌이>

나의 작업은 장소에서 영감을 얻었다.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서 강 쪽으로 걸어내려오면서, 나는 유별나게 생긴 네 그루의 나무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이 나무들 사이에서 한 척의 단발 보트를 상상하게 되었다.

금강을 바라보며, 나는 곰과 나무꾼의 옛 이야기를 회상했다. 추격자를 피해 달아나는 사람은 모든 곳에 그가 있는 것처럼 보이듯이 그 보트에서도 나무꾼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요동치는 보트 바닥에서 나무꾼은 그를 쫓던 곰을 보게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평온한 그리운 집으로 향하던 나무꾼이 곰의 형상을 보았던 지점을 찾아보라!

나는 이 작품의 건축적 요소를 사용해 집착, 그리움, 성향 등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뭉크-얼딘 뭉크조리크_철갑을 입은 곰

 

뭉크-얼딘 뭉크조리크 (몽골) | Munkh-Erdene MUNKHZORIG (Mongolia)

<철갑을 입은 곰>

천년의 시간은 우리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매우 긴 세월이다.

곰의 전설이 깃든 이곳 연미산은 그 긴 세월을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천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연미산 숲속에 나타난 고마 곰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나무꾼의 자취는 온데간데없고 거친 엔진톱의 굉음만이 들려온다.

이름 모를 사람들이 왁자지껄 몰려온다.

천년을 넘어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곰은 그 옛날 나무꾼을 그리워함이 아니다.

어색함과 두려움으로 어느덧 스스로를 방어하는 철갑을 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노태호_고마의 서(書)

 

노태호 (한국) | NOH Tae-ho (Korea)

<고마의 서(書)>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숲을 둘러보다가 이 근방에서 가장 오래 살아왔을 것이라 생각되는 나무 한그루를 만났다. 가파른 경사면에 자리잡은 이 나무는 마치 아주 오래전의 그 설화를 전해주려 하는듯 보였다.

천년 전 이곳의 자연 풍경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현재와 같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시간동안 소멸과 탄생 그리고 모이고 흩어짐을 반복하며 결국 현재의 우리에게 까지 닿았다.

고마나루 설화속의 고마는 이 숲속의 나무와 자연을 관통하고, 융합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때'로부터 현재까지 천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연은 여전히 고마와 우리의 사이를 연결해 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서있는 이 숲과 자연 자체가 고마가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온 '고마의 서(書)' 가 아닐까?

 

 

 

신미연, 박정익_예술농사프로젝트

 

신미연 & 박정익 (한국) | SHIN Mi-yeon & PARK Jeoung-ick (Korea)

<예술과 마을_ 예술농사 프로젝트>

우리는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땅심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먼저 잡초라고 불리는 들풀을 관찰하고, 자연 에너지의 유용성을 실험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구체화시킨 지속가능한 생태문화인 퍼머컬처(Permaculture)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1970년대에서 시작되어 범지구적으로 퍼져나간 세계적인 생태운동인 퍼머컬처는 지속적인(permanent)이라는 뜻의 perma-와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의 -culture가 합쳐져 ‘영속농업’,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문화라는 뜻도 지니고 있기에 ‘영원한 문화’라고도 한다. 이는 생태를 중심으로 의식주를 포함한 의료와 예술, 영성, 등 다분야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공주 원골마을에서 다양한 생명력이 넘치는 텃밭을 만들기 위해 밭을 갈지 않고, 거름을 주지 않으며,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비닐덮개 대신에 풀을 덮어주는 등의 실험을 하고 있다. 작고 느리더라도 자력으로 자라나는 작물을 지켜보고, 기록하려한다. 우리나라 토종씨앗, 그리고 향기로운 꽃과 허브를 심어 변해가는 계절을 느끼고 이 땅의 생태계와 하나 되어 본다.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한적한 자연 공간에서 작업에 몰두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서로의 예술 세계를 접하고 교류하기 위하여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에 의해 200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1981년 이후 지금까지 자연 속에서 작업하고 있는 야투그룹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작가들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미술적 실험을 해나가는 가운데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고 전시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환경파괴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로 인한 자연 재해가 극심해지고 있는 이때 야투자연미술의 집에서의 레지던스가 자연과 인간이 상생의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자연미술미학을 함께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야투의 국제레지던스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제교류사업지원과 더불어 지속, 성장해 왔으며, 2009~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다년간 국제레지던스사업으로 지원받다가 2011년부터 충청남도 지역협력형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충남지역 지원대상 프로그램이 되었다.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YATOO, 野投)

(사)자연미술가협회 야투(YATOO, 野投)는 한국의 중부지방을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금강을 끼고 있는 고도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연미술가단체이다. 1981년 창립 당시 20대의 젊은 작가들은 자연이 내어 주는 예술적 영감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자연과 더불어 작업하고 있다. 이제 그 역사가 사반세기를 넘어오는 동안 한국은 물론 동서양의 많은 예술가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함은 물론, 최근에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통해 전 세계의 자연미술가들이 함께 만나 작업 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야투의 자연미술

야투의 자연미술은 ‘자연을 작품을 위한 장소 혹은 재료로 이용하기 보다는 자연 자체가 작품 속에서 직접 작용하는 미술’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야투의 작품은 간단한 설치나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며 현장에 작품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서구의 대지예술(Land Art, Earth Work), 환경미술(Environ-ment Art)과 미술사적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으나, 야투의 자연미술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살아온 한국인 고유의 자연친화적 정서를 반영하고자 하는 점에서 상호 간의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이메일 : yatoo@hanmail.net | yatoo07@gmail.com | 홈페이지: www.yato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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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81027-2018 야투자연미술국제레지던스프로그램 성과보고전Ⅱ ‘천 년의 시간을 지나 서(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