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동판화 展

 

 

street 201202_30x40cm_mezzotint_2012

 

 

갤러리 룩스

 

2012. 6. 20(수) ▶ 2012. 7. 3(화)

Opening : 2012. 6. 20(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F | 02-720-8488

 

www.gallerylux.net

 

 

window 201202_30x40cm_mezzotint_2012

 

 

판화작가가 그리는 아름답고 따뜻한 도시풍경

이준규, 7월 3일까지 갤러리 룩스서 동판화전 개최

빼꼼히 드러난 건물의 낮은 지붕과 나무들… 모노톤의 그의 작품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네 일상 속에서 한번쯤 마주했을 법한 익숙하고 편안한 풍경이다.

메조틴트 라는 기법을 사용하여 일관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판화작가 이준규의 전시가 6월 20일부터 7월 3일까지 2주간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다. 그 동안 삶의 주변 공간에 대해 따뜻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작업해왔던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2012년에 작업한 Window, Street시리즈 18여 점을 선보인다. 2009년 이후 3년 만에 나온 신작이다.

작품을 실제로 접하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이는 메조틴트(Mezzotint)라는 판화기법에서 연유한다. 작가가 사용한 메조틴트(Mezzotint) 라는 기법은 동판화의 일종으로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인 17세기와 19세기 초 초상화 제작과 그림복제용으로 널리 사용 되어졌던 대표적인 판화이다. 사진만큼 정밀하지는 않지만 사진이 흉내 낼 수 없는 미묘하고 보송보송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오랜 시간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이 기법은 현대에 속도감에 어울리지는 않는 옛날기법이지만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편안하고 따뜻한 삶의 풍경을 표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매체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는 드물게 메조틴트 판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작업에는 작가 특유의 ‘성실함’과 ‘반듯함’이 묻어 나온다.

이준규 작가의 작품 속에 담긴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일상의 풍경을 통해 몽상과 환영을 길어 올리며 내면에 애틋한 감정을 일으킨다.

또한, 작가는 “항상 무언가를 찾아 다니며 빈 공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항상 같은 모습으로 그것들을 찾아 다닐 수 있는 시간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window 201203_40x30cm_mezzotint_2012

 

 

전시 서문

이준규- 침針으로 이루어진 내면 풍경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블랙과 화이트의 면 분할로 이루어진 이 적조한 주택가 풍경은 하단에 납작 엎드린 집/지붕과 그 위로 가득한 하늘로 양분되어 있다. 단색조의 색채는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풍겨주면서 은은하고 침착하게 가라 앉아있다. 흡사 수묵화에서 접하는 먹 색의 계조를 보는 듯도 하다. 반듯하고 소박한 선으로 구획된 집과 벽, 지붕과 창문 틀, 그리고는 나무가 무척이나 단촐 하게 놓여있다. 딱딱한 벽 사이로 하늘을 향해 솟은 나무줄기가 기하학적인 선으로 마감된 건축물과 대비를 일으키며 신선한 활력을 부여한다. 이 허정 하고 무심하며 더없이 고요한 풍경이 애틋한 감정을 일으킨다. 어딘지 쓸쓸하고 호젓하다고나 할까. 흡사 선적인 정갈함도 배어 나오는 그런 장면이다. 선禪이란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일컫는다. 번뇌 망상을 제거시켜 때가 묻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일러 견성見性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자기다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 선이요 수행인 셈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고요에 잠기는 공부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선방은 세속에서의 군더더기를 죄다 버린 공간이다. 최상의 실내장식은 간결함에 있음을 실천하고 있다. 사실 사람은 꾸밀수록 왜소해지고 허해진다. 마찬가지로 꾸밈없는 방이야말로 존재를 온전하게 하고 도드라지게 한다. 그래서 단순하면서도 간결하고 비어있는 선방의 풍경이야말로 그곳에 거하고 수행하는 이의 마음의 풍경이 된다. 그러니 모든 그림은 결국 한 작가의 내면의 풍경이다. 그/그녀는 자신의 실체 없고 비가시적인 마음을 외부 세계의 한 오브제, 사물에 기대어 드러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미술이 된다.

나는 이준규의 동판으로 이루어진 이 적막하고 단촐한 풍경에서 그의 마음의 한 자락을 들여다본다. 평범해 보이는 주택가 풍경이 실은 이 작가의 내면풍경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선방을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세속의 이 흔한 풍경 안에서도 그는 고요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잡아내고 있다. 선 적인 정갈함을 문질러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른 것이다. 일체유심조다. 자기 앞의 세상에서 자신의 프레임으로 본 것을 길어 올려 낸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내면풍경이 되었다. 풍경/풍경화란 작가 자신의 내면의 프레임을 외부세계에 덧씌워 구현한 것을 일컫는다. 그러니 이 비근한 주택가 풍경이 기실 마음의 풍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window 201204_40x30cm_mezzotint_2012

 

 

그런가하면 작가는 자신이 집, 작업실 창가를 통해 세상을 내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창가로 내다보이는 저 앞집이나 건너편 집의 벽과 창문을 보면서 여러 상념이나 몽상에 잠겼던가 보다. 내부를 도저히 보여주지 않고 다만 창문만이 드문드문 박혀있는, 흰 벽을 단호하게 두르고 있는 저 집에는 도대체 누가 살고 있을까, 그는 무엇을 하는 이 일까, 저 안에서 생을 이어가는 이들이 삶이란 또 무엇일까? 하는 여러 궁금증이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에게 하얀 벽과 작게 박힌 창문을 보여준다. 이 그림/판화는 보는 이에게 벽과 창을 안긴다. 내 앞에 위치한 저 집의 외부만이 고립된 세계처럼 완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풍경은 일종의 절망감 내지는 내가 도저히 알 수 없고, 결코 나의 것이 될 수 없는 절대적인 타자를 대면했을 때의 막막한 감정 같은 것을 대변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고립되고 소외된 체 고독한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도시에서의 삶이 대부분 그럴 것이다. 따라서 모든 집은 개별적인 감옥처럼 차갑게 놓여져 있고 그 안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배타적이고 무심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작가는 늘 상 접하는 자신의 일상의 풍경을 통해 몽상과 환영을 길어 올리는가 하면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을 작업으로 삼아 오늘도 단호한 금속판을 깎아 내고 있다.

그는 동판에 침을 놓아 무수한 '매질'을 한다. 동판을 스크랩퍼로 깎고 로커(침)를 이용해 무수한 점을 찍는 것이다. 이 집요하고 무모한 노동은 동판이란 화면, 물질을 자신이 원하는 표면/물성으로 다듬어놓는 지난한 일이자 동시에 깊이 있는 흑백의 톤이 가능한 공간, 피부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화면을 새까맣게 만드는 방법이다. 어떤 깊음을 갈망하는 색조이고 자신만의 분위기, 느낌, 내면의 빛을 표면에 방사하는 그런 색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그 매질은 무엇보다도 밀도를 고려해서 이루어진다. 가로, 세로 각 16번씩이나 밀도 높게 매를 놓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결국 찍혀졌을 때를 상정해서 운용하는 방법론이다. 그러니까 작품의 주제에 따라 강, 약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의 동판화는 판에 점을 찍어 블랙과 화이트로 구분되는 화면을 만드는 일이다. 메조틴트는 무엇보다도 부드러운 톤과 촉각적인 질감에서 탁월한 판화기법이다. 그는 그 맛을 살려내 도시적 삶의 환경을 소재 삼아 그만의 선禪 적인, 내면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은 침을 이용해 무수한 구멍을 찍고 그것들로 인해 가능해질 어둠과 밝음의 대비, 부재와 현존, 현실계와 상상계가 공존하는 이 적막함과 여운이 감도는 매혹적인 풍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window 201208_20x30cm_mezzotint_2012

 

 

 

 

■ 이준규 Lee, Jun-Gyu

 

1997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 졸업 | 1999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개인전  | 2012  갤러리 룩스, 서울 | 2009  갤러리 쌈지, 서울 | 2006  갤러리 도스, 서울 | 2002  성보 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1  판화 그 인내와 숭고의 미 전, 밀알 미술관 | 2010  판화 발전소전, 헤이리 아트팩토리 | 2010  한국 현대 판화축제, 서울 시립미술관 | 2009  서울 국제 판화 사진 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2005  스웨덴 한국 현대판화전, 스톡홀롬 인플라 갤러리, 스웨덴 | 2005  동경 국제판화 트리엔날레, 다마 미술관 , 일본 | 2001  가나가와 국제판화 트리엔날레, 가나가와 미술관, 일본 | 2000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간의 숲 회화의 숲” | 1999  삿포르 국제판화 비엔날레, 삿포르 미술관, 일본 | 1998  스페인 “cadaques" 국제 판화전, 아도기 갤러리, 스페인 | 1998  고지 국제판화 트리엔날레, 이노쵸우 미술관, 일본 | 2001  가나가와 국제판화 트리엔날레, 가나가와 미술관, 일본 외 국제전 및 단체전 60여회

 

수상  | 1999  한국현대 판화가 협회 공모전 우수상, 서울시립미술관 | 1998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국립현대미술관

 

 

 

vol.20120620-이준규 동판화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