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길 사진 展

 

‘삶의 그림자’

 

 

삶과 그림자_150x100cm_Chromogenic print_2011

 

 

갤러리 나우

 

2011. 5. 11(수) ▶ 2011. 5. 17(화)

Opening : 2011. 5. 11(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3F | 02-725-2930

 

www.gallery-now.com

 

 

그 곳_60x90cm_Chromogenic print_2011

 

 

<작가노트>

삶의 그림자

순간에 놓여 있는 일상의 기억들이 사라져갈 때쯤, 따뜻한 삶의 편린이 그리워질 때쯤,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 있는 공간이 떠오른다.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잊고 살았던 공간, 그 공간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바로 옆에 조용히 삶이라는 이름으로 놓여져 있다. 아침마다 걸어 다니는 길, 매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계단, 묵은 장독대, 길가에 놓여져 있는 화분들이 살며시 우리 곁에서 말을 걸기 시작한다... 잠시 순간의 그림자를 담아내기 위해 멈춘다. 삶이라는 ‘정서’의 필터로 투영되는 사각의 프레임은 거짓 없는 진실성을 내포한다. 그 위에 숨이 막힐 듯한 삶의 공간이 펼쳐진다. 시간의 기다림도, 인생의 속도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길도, 한순간의 감동도, 바람과 소통하는 자연도 찰칵의 찰나 안에 머물러 조용히 영원성으로 회귀하기 시작한다. “그곳에 삶의 그림자가 있었다.” 내 발아래까지 흘러내려 온 그림자의 숨결이 나를 삶의 따뜻한 숨결 안으로 인도하기 시작한다.

글_이훈길

 

 

삶의 숨결_90x60cm_Chromogenic print_2011

 

 

<평 론>

일상의 열린 틈새를 찾아서

이훈길은 건축을 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도시란 큰 무대이고, 건물은 그가 만들어 내는 포즈다. 막이 내리면, 그는 가끔 자유롭게 무대 사이를 배회하는 도시의 산책자가 된다. 산책자로서 그가 만들어 낸 사진은 건축이라는 인위적인 포즈가 아니라 좀더 자연스럽고 느슨하게 빚은 시선이다.

건축이라는 틀에서 나온 그의 사진은 보편적인 장소의 틈새를 파고든다. 주로 태양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늦은 오후의 빛을 담은 사진들은 명암의 대비가 뚜렷하다. 그래서 강한 디테일은 더욱 드러나고, 흐린 디테일은 사라진다. 오브제의 온전한 형상보다 빛이 만든 그림자가 사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브제가 아니라 그림자 자체를 담으려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삶의 연장선_90x60cm_Chromogenic print_2011

 

 

따라서 장소의 지리적인 정보는 삭제된다. 이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담으려 했는지 객관적인 정보보다 사진을 찍은 '순간의 분위기'가 더 드러난다. 그림자에서는 정보를 추출하기 어렵다. 그 검은 여백은 사진을 바라보는 개인들의 상상을 위한 틈새인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은 주체는 작가인 특정 인물이지만, 그것을 보는 이들은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며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 간다. 우리가 걷는 길, 그리고 그 길에서 올려다보는 하늘, 매일 스쳐지나가는 건물의 벽면과 발코니 따위에서 각자의 삶의 편린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 심지어 그 사진에서 위치를 비롯한 구체적인 지리정보까지도 바로 얻을 수 있는 오늘날 아날로그 방식으로 찍고 인화하는 이훈길의 작업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사진은 서울, 파리, 일본과 이탈리아의 어느 소도시까지 여러 장소들을 촬영했지만, 어느 곳이든 간에 가장 보통의 존재가 하루를 보냄직한 보편적인 삶의 정서가 담겨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삶의 주체인 '사람'은 사진에서 찾을 수 없다. 다만 그 장소를 점유한 이들이 남긴 흔적들을 통해 일상을 재구성해볼 뿐이다. 그 속에서 그림자라는 검은 여백은 다채로운 일상을 파고드는 틈새인 셈이다. 그것은 나와 너가 통하는 작은 출입구이자, 삶을 말하는 공통의 언어인 것이다.

글_정다영 (도시건축 전문기자)

 

 

어느날의 오후_150x100cm_Chromogenic print_2011

 

 

숨고르기_60x90cm_Chromogenic print_2011

 

 

 

 

■ 이 훈 길 (LEE, HOON GILL | 李 薰 吉)

 

2004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시공학과 석사 졸업 | 1999  숭실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졸업

 

현재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본부 팀장

 

단체전  | 2007  “페노메논” 정기전, 공간사랑, 서울 | 2006  “페노메논” 정기전, 공간사랑, 서울 | 1995-1998  Photo. Design. Sillouette 정기 전시회 다수, 서울

 

수상  | 2010. 10  격월간 서정문학 신인작가 공모 시부문 당선 : 시인 등단 | 2010. 10  제11회 부산 건축도시사진전 은상 | 2009. 10  제10회 부산 건축도시사진전 동상 및 입선 2점 | 2009. 03  신한옥 디자인 공모전 일반부문 가작 : 대한주택공사 주관 | 2008. 11  제9회 인천 도시건축사진전 대상 | 2002. 10  제3회 부산 건축도시사진전 특선 | 1999. 10  제4회 대한민국 건축사진전 최우수상 | 1999. 09  월간잡지 POAR 원고 기고 : "일상적 text에서 건축적 text로“ | 1999. 07  월간잡지 POAR 기획 건축신인 선정 인터뷰 : “가난한 건축세계” 기고 | 1998. 11  제5회 JAD 실내 환경디자인 공모전 입선 | 1998. 10  제17회 대한민국 건축대선 입선 : 한국건축가협회 | 1997. 11  제15회 공간학생건축상 우수상 : 공간그룹 | 1997. 08  ‘97 건축문화 대상 입선

 

 

 

vol.20110511-이훈길 사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