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展

 

잡초

weed-relationship

 

 

weed-relationship_66x122cm_2009

 

 

갤러리 담

 

2010. 09. 27(월) ▶ 2010. 10. 06(수)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 | T. 02-738-2745

 

www.gallerydam.com

 

 

후원 | 경기 문화재단

 

 

weed-relationship_33x43cm_한지에 먹, 분채_2010

 

 

이런 곳에서 작품이 나오나요?

뜨거운 여름 시흥의 한 낚시터 옆 허름한 집 대문 앞의 그늘에 의지해서 풀들을 스케치하고 있을 때 그 집 주인인 듯한 아저씨가 묻는다.

나는 그 순간 그 곳에서 작품이 나올 수 있기를 진정 소망했다.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작은 일상 속에서 세밀한 자연의 소리, 자연의 일부인 사람 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2010.8

 

 

weed-relationship_67x49cm_한지에 먹, 분채_2010

 

 

공감의 땅에 새로운 뿌리를 뻗는 식물, 잡초

 

조 주 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윤진숙은 거대한 자연 속에서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한없이 연약한 생명체, ‘잡초’에 주목한다. 잡초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미물로, 누군가의 발에 쉽게 밟히고,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어 뽑히기 일쑤지만, 무관심 속에 살아남는 그 생명력만큼은 예상 외로 강해, 비주류, 서민들의 힘겨운 인생에 비유되곤 한다. 윤진숙은 그러한 잡초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시켜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한다. 또한,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런 저런 잎들이 겹쳐지고 포개지며 만들어내는 공간과 선들, 그리고 그 내밀하고 즉각적으로 촉지할 수 있는 작은 만남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실현되는 의미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녀가 자신의 작업노트에 밝혔듯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들”이라는 잡초의 사전적 의미는 그 자체로 역설적 개념을 내포하며 불확정적이고, 유동적인 실체로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식물들”로 뒤바뀔 수 있다. 화선지 위에 식물의 형태를 따라 선을 그어 공간을 만들고, 배경은 식물이 가진 고유의 색으로 채색되어 또 다른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화면 구성은 바로 이러한 반기념비적 융통성, 반계급적, 반목적론 개방성에 기인하는 그녀의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weed-relationship_45.5x105cm_화선지에 먹, 분채_2010

 

 

 ‘잡초’라는 미명의 풀은 그 연약함으로 인해 미묘하고 감성적인 서사들을 불러일으키며, 문화적으로 포용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시적인(poetic) 소재이다. 이처럼 치명적으로 보호와 방어가 결핍된 연약한 상태를 화면의 중심에 위치시키고 그러한 결핍을 미사여구 없이 바로 조명하는 작업은 그 자체의 허약함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성적으로 열린 실체를 새로이 구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공감을 토대로 한 구체적이고 상호적인 침투성으로 인해 관대하게 포용되는 실체이다. 주변의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는 사고의 개방성은 실체의 연약함과 그 시적 효과에 의해 더욱 공고히 드러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이 연약함은 모든 배타적이고 계급적이며 기념비적인 경직된 체계에 대한 거부를 상징하는 동시에, 다양한 현실에 대한 총체적이고 단일적인 접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리오타르(J.F. Lyotard)에 의하면, 이 연약함과 유연성을 엄격함이나 힘의 반대 의미로 읽을 것이 아니라 모든 총체적 생각을 타도하고자 하는 비판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윤진숙의 ‘잡초’ 작업에서 보여 지는 연약함과 유연성 역시 다양한 현실에 대해 미묘하고 공감적인 이야기들을 건네면서도, 그 어떤 계급적이고 단일화된 세계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weed-relationship_화선지에 먹, 분채

 

 

 이러한 연약함과 유연성은 한편, 인간의 본질적인 자질이라고 볼 수 있는 타인과의 만남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인정을 유도하는 요소이다. 타자를 이해하고, 다른 문화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타자와의 내밀한 만남을 가능케 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경직되고 배타적이며 이기적인 경계를 허물고 타인들을 향해 연대감과 동감을 키우는 것은 일종의 열린 상황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여기서, 시적 효과를 지닌 예술적 표현의 연약함은 탄탄하고 일관성 있게 주제를 드러내는 ‘거대서사’가 아닌, 작은 일상, 개인과 사소한 것들의 세상인 ‘미시서사’의 새로운 우위를 고양시킨다. 리오타르(J.F. Lyotard)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오면서 유토피아적이고, 공상적이며, 휴머니즘적인 담론들은 힘을 잃은 대신 감각적이고, 사적이며, 파편적인 담론들이 힘을 얻었다고 단언했다. 이데올로기나 세계관 또는 총체성을 토대로 하는 거대서사보다는 개인의 감성과 같은 미시서사가 중요하게 대두된 것이다. 이 ‘미시서사’들은 운명적 필요성에 의한 목적론적 구성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친밀하고 복합적이며 즉각적인 유대관계와 인간적 공감의 구성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힘보다는 연약함을, 결정론적이고 기계적이고 추상적인 필연성보다는 즉각적이고 자발적이며 참여적 공감을 우선으로 하는 것, 바로 이것이 ‘미시서사’의 특성들이다.

 

 

weed-relationship_43x67cm_화선지에 먹, 분채_2010

 

 

 예술가가 미시서사를 전개시키고자 할 때, 관람객에게 공감과 연대적 감성을 호소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예술 작품 속에서 더 이상 하나의 이야기, 공인된 이야기의 재현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공감, 참여, 전복의 과정을 통해 내밀하고 개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오늘날의 예술가는 더 이상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향한 보편적 주체라는 이름 아래 행동하는 보편적 지식인이 아니다. 한마디로, 거대서사가 개인의 인생보다 중요했고, 개인의 감정은 거대서사의 명령 앞에서 절제되어야 했던 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개별 현실에 대한 공감적 시각과 타자의 세계 속으로의 연대적 참여를 통해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오늘날 예술가들의 운명이다. 이런 식으로 직접적이며 인류학적인 미시적 현실들은 타협도 일반화의 구속도 없는 진정한 근거로서 인식된다.

 

 

weed-relationship_60x79.5cm_화선지에 먹, 분채_2010

 

 

 오래된 앨범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잎사귀처럼 윤진숙의 잡초는 시적이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녀 스스로 “존재감이 확실한 잡초 하나를 길러 보며”자신이 만나는 잡초들을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 주고 싶다”고 밝히고 있는 작가의 태도는 철저히 아이러니하고 비평적인 의도를 속에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절대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겸손함이 바로 그녀의 작업을 읽는 중요한 지점이 되고 있다. 그것은 묘하기도 하고 시적인 연약함을 보여주는데,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기 보다는 함께 나누려 하고 스스로를 드러내며 타인을 향해 내맡기려 한다. 연약함은 헌신, 공유, 개방을 의미한다. 윤진숙의 잡초들을 통해 우리는 참여와 공감의 경향이 자기방어와 기념비적 성향에 대해 우세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공감의 땅에서 헌신하는 태도로 서로 얽히고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뿌리를 뻗어나가길 희망한다.

 

 

 
 

■ 윤진숙 (Yun, Jin-Suk)

 

2000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한국화과 졸업 | 2003 동대학원 졸

 

개인전  | 2010 ‘weed-relationship'(갤러리 담-경기문화재단 지원) | 2009  ‘풍경’(운모하테라스-갤러리 도스 기획) | 2008  2008아트서울전(예술의 전당) | 2004  ‘산책’(가나아트스페이스-문예진흥기금 지원) | 2002  ‘길위의 사람들’(갤러리 정-개관기념 초대전)

 

주요 단체전  | breathing house projectㅡdrawing(키미아트) | 동양화 새천년전(예술의 전당) | 단원미술대전 선정작가전(단원미술관) | 여성이 본 한국미술(세종미술회관) | 가늠을 보다(갤러리 우림) | 젊은 작가 hue 전(까페 조르바) | 한중 교류전(대전 롯데화랑) | 21세기 새로운 도전전(단원미술관) | 3인 3색전(갤러리 종-개관기념초대전) | 회화 2000(공평아트센터) | 포트폴리오 2005(서울시립미술관) | 대구 청년 비엔날레(대구 시립미술관) | 13인의 여성작가전(수원미술관)

 

수상  |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2회(19회, 20회) | 9회 미술세계대상전 특선(안산단원미술관) | 25회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서울시립미술관) | 2회광주 수묵대전 특선(허백련미술관) | 송은미술대전 입선(인사아트센터) | 단원미술대전 선정작가

 

현재  | 대진대, 이화여대, 협성대 강사 | 채연회, 동방예술연구회, 한국화여성작가회 회원

 

 

 
 

vol.20100927-윤진숙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