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숙

 

Between Us : Kirogi Family

 

밴쿠버의 이지은 가족_76x61cm_digital print_2009

 

 

대안공간건희

 

2010. 5. 6(목) ▶ 2010. 5. 19(수)

Opening : 2010. 5. 6(목) PM 6:00

서울시 종로구 종로6가 43-3 | 02-554-7332

www.geonhi.com

 

 

밴쿠버의 추은희 가족_76x61cm_digital print_2009

 

 

여기에 펼친 이들은 밴쿠버에 사는 유학생 엄마들과 그들의 자녀들이다. 우리가 일명 “기러기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캐나다라는 공간에서 ‘또 하나의 가족’으로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가족이 해체되었다고 하지만, 그 해체는 이곳에서 ‘또 하나의 가족’을 창출했다. 이곳에 아버지는 부재하지만, 이것이 영원하리라 믿지 않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이곳에서 창출된 새로운 가족은 그들대로의 역동성이 있다. 나는 그것을 아버지의 물적 지원과 어머니의 정신적 지원이라는 ‘가족적 합의’라고 말하고 싶다. 그건 엄연한 합의이다. 때문에 나는 이들이 맹자 엄마와 같은 적극성으로 이곳에 왔건 그렇지 않건, “왜”보다는 “어떻게” 그들이 여기에 존재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그건 합의 이후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밴쿠버의 이윤경 가족_76x61cm_digital print_2009

 

 

이들이 살고 있는 밴쿠버는 정거장 도시(Terminal City)라고 하듯 캐나다 서쪽의 마지막 도시이다. 동시에 아시아와는 게이트(gate)라고 할 만큼 아시안들의 교류가 많은 곳이다. 이 문을 통해 많은 이들이 오가는 사이, 많은 가족들이 해체되고 창출된다. 이곳에 있는 ‘기러기 가족’ 또한 그들 중의 하나이며, 그들의 존재는 많은 관광객들이 그렇듯 밴쿠버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않는다.

기러기 가족의 구성원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가족이라고 부르지만 엄연하게 각 구성원의 존재는 개별적이다. 부모와 자식의 연대처럼 두 객체가 사는 공간은 같지만, 그들의 명분이 서로 다르듯 경험하는 세상이 같을 수 없다. 캐나다라는 이방 사회는 그들에게 더 넓은 세상이기도 더 좁은 세상이기도 하다. 나는 이 짧은 이주(diaspora) 속에서 보호받는 자와 보호하는 자 사이의 객관적인 거리를 본다. 그건 부모와 자식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나아가 내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과 같은 것이다.

 

 

밴쿠버의 장주희 가족_76x61cm_digital print_2009

 

 

그 거리감이란 오늘 이 시간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기러기 가족’을 사회의 문제로 보는 시각과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나는 그 차이는 좁혀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캐나다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나는 그 거리감을 점점 인정하게 되었다.

내 작업 속 빈 공간은 아버지의 부재를, 그리고 한국과의 거리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키친, 패밀리룸, 리빙룸에 모여 있는 가족을 통해 나는 그들이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족’, 그리고 ‘또 하나의 가족’으로 적응하고 있음을 본다.

오늘도, 우리가 인식하건 하지 못하건, 또 하나의 가족이 밴쿠버에 도착한다.

 

 

밴쿠버의 지경순 가족_76x61cm_digital print_2009

 

 

밴쿠버의 주은숙 가족_76x61cm_digital print_2009

 
 

 

 
 

vol.20100506-이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