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택  개인展

 

- 반사_Reflexion -

 

반사_Reflexion_인터랙티브 소리 영상 설치_2007

 

 

관훈갤러리

 

2008. 7. 16(수) ▶ 2008. 7. 22(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 02-733-6469

 

 

반사_Reflexion_인터랙티브 소리 영상 설치_2007

 

 

반사와 투영을 반복하는 인식과정의 탐색

 

 김우임

거울은 유리처럼 대상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반사한다. 거울은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대상의 모양을 비추어 보인다. 이때, 거울은 주체와 대상을 인식하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 고영택의 작품을 읽을 단서는 거울과 빛, 그 둘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주체가 거울에 반사되어 대상으로 인지되는 속성을 포착해 주체와 대상의 인식과정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는 그간 독일에 체류해왔던 작가 고영택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지는 개인전이다. 그는 이번 전시 『반사_Reflexion』에서 인간의 인식과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인식하기 어려운 일상의 미세한 감각들을 소리와 빛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설치작업으로 시각화한다. 작가는 인식하는 행위에서 전제되는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 즉, ‘나’라는 주체와 ‘너’라는 타인에 대한 인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상식과 실재 세계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주체와 대상의 경계 흐리기, 인식의 간극 보여주기’는 그의 전작에서도 드러난바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영상설치퍼포먼스 「나와 너, 너와 나_」에서는 2대의 비디오카메라가 스크린 앞에 서있는 2명의 사람을 각각 촬영해 상대방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투사한다. 상대방의 영상이 실제 사람의 뒤에 있는 스크린에 투사되어 실재 사람과 영상 이미지가 한 화면에 놓이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실재와 일종의 허상인 영상이미지가 대구하듯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도 하고, 실재에 의해 움직이며 투사되는 이미지끼리 서로 악수를 하는 등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서로 상반된 의미를 지닌 ‘나’와 ‘너’를 ‘한국어’와 ‘독일어’로 반복하며 언어와 그것의 의미(혹은 지시대상) 사이의 관계를 제시한다. 여기에서 「반사_Reflexion」 등 여타 작업의 단초가 되는 사운드는 단지 소리가 아닌 언어, 즉 말하기를 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사_Reflexion_인터랙티브 소리 영상 설치_2007

 

 

「반사_Reflexion」는 실시간 인터랙티브 사운드영상설치작업으로, 이전작업보다 한층 더 다중적 환경을 만들어내며, 인식체계에 대해 탐험한다. 관람객이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 소리를 내면, 스크린 뒤의 센서가 부착된 거울조각이 움직여 영상을 반사시킨다. 작가는 센서장치를 통해 소리를 움직임으로 변환시키고, 이로 발생된 움직임은 이미지를 더욱 분절되어 보이게 한다. 반사된 영상은 스크린에 투사되고, 리어스크린은 이미지의 움직임을 확대된 간격으로 극대화시키고, 실시간으로 투사되는 관람자의 이미지는 조각난 거울들로 인해 파편화되어 화면 속을 떠돌아다닌다.

‘소리’ 는 이 작품에서 ‘발화’의 기능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의미소로 작용하는데, 관람자의 소리를 인식해 움직이는 조각거울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또 다른 ‘발화’로 기능하여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규칙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새로운 소리는 마치 과거의 기억과 존재를 환기시키는 장치처럼 작용하여, 관람자가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관람자의 소리와 거울조각들이 작동하는 소리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대화 하듯 상호간에 반복되어 파편화된 이미지 조각들과 함께 다중적인 감각을 만들어낸다. 관람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가 결국에는 하나의 완전한 형태로서 자신의 얼굴이미지, 즉 존재를 분절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소리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관람자는 소리를 내어 이미지를 변형시키고 장치들을 움직이게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주체였지만 이내 반사하며 움직이는 이미지와 기계소리에 객체로서 반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관람자는 인식의 이면에 존재한 일상 속 대상과 주체, 보는 것과 듣는 것과 같은 이분법적 관계가 해체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고영택은 이러한 ‘인식의 불확정성’을 상징하는 강한 메타포로 우리의 인식을 환기하고 있다. 첨단 테크놀로지 요소들을 사용하고 있는 그의 작업에서 감지되는 ‘사유’와 ‘철학’의 아날로그적 분위기는 아마 여기서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빛과눈_Licht und Augen_영상설치_2004

 

 

또 다른 작업 「빛과 눈_Licht und Augen」에서는 주체로서 눈이 등장한다. 9개의 모니터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중앙모니터의 눈과 그것을 둘러싼 8개의 백열등으로 이루어져있다. 빛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깜빡거리는 속도와 소리에 따라 눈은 초점을 맞추려 애쓰며 깜빡거리고 종국에는, 눈을 질끈 감으며 초점이 흐려진다. 눈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위로 흐르고 아래로 날고_Fliesst oben Fliegt nach unten」에서도 등장하는 중요한 모티브이다. 눈은 인식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그러나 눈을 통한 인식의 세계는 전체 가운데 부분만을 볼 수밖에 없으면서도 언제나 부분을 전체라고 규정하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눈은 이전에 본 것을 기억하고 그 경험을 맑은 고딕으로 해서 대상을 본다. 그로인해 우리의 인식체계는 고정된 관념을 벗어나기 어렵다. 즉, ‘본 바’를 대상화하는 인식작용은 대상에 대해 차이와 구별짓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한 인식체계를 강렬한 빛으로 인해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눈과 눈을 둘러싼 빛의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서로를 열망하듯, 상호작용하는 빛과 눈은 종국에는 보기를 포기한 체 모호한 화면으로 흐려져 간다. 그것은 초점을 맞추려 집중할수록 흐릿해지는 불완전한 감각기관, 눈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한 인식체계를 암시하고 있다.

 

 

빛과눈_Licht und Augen_영상설치_2004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이 뒤섞인 불협화음들로 뒤덮여, 미세한 감각들을 마비시킨다. 결국 작가는 넘쳐나는 이미지와 소리들로 인해 소통이 불가능한 우리의 현실을 언어(소리)와 이미지, 실재 존재와 투사된 이미지, 나라는 주체와 너라는 대상의 이중구조에 비유해 표현한다. 현실의 공간과 또 다른 세계의 공간, 보는 것과 듣는 것, 영상과 실재, 주체와 대상 등 상반된 차원의 세계. 그 양자간의 반사와 재반사, 투사와 재투사를 통해 끝없이 확장된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같이 원본과 진실은 사라지고 언제나 대체가능한 이미지와 소리들로 뒤덮인 환경 속에서 예술작품에서도 소리, 시각기호, 공간 등의 관계와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고, 작가들은 더 큰 충격과 스펙터클을 쏟아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고영택은 “일상에 대한 인식과정의 기록”과 시각화에 초점을 두어, 인식과정에서 야기되는 간극과 불연속성에 주목하게 된다. 소리, 빛, 움직이는 거울을 통한 이들의 반사와 투사. 이같이 여러 단계를 거쳐 작가가 만들어낸 다중 감각적 상황은 관람자로 하여금 보는 것과 듣는 것, 이미지와 소리가 혼재되어 주체와 대상마저도 혼동되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의 접촉지점을 경험케 한다.

 

 

빛과눈_Licht und Augen_영상설치_2004

 

 

우리는 일상에서 하나의 현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실을 경험할수록 오히려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당연시여기는 범주들을 만들어나가려 애쓴다. 작가는 이처럼 세계가 우리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인식되기까지 개입하는 다중적인 주름들을 펼쳐 보이며 그 사이를 미끄러져나간다. 불완전하고 고정되지 않아 늘 변화하는 대상들을 붙잡아두고자 욕망하는 우리의 인지체계를 펼쳐 보이며, 다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실, 그 모든 것들이 불완전하다는 것, 그러므로 들리는 것, 보이는 것들 이면에 접혀진 세상과 상대편에 주의를 기울여 볼 것을 권한다.

 
 

 

 
 

vol. 20080716-고영택  개인展